몬테네그로 미국대사관 수류탄 투척범은 나토 반대 전직 군인

입력 2018-02-23 01:13  

몬테네그로 미국대사관 수류탄 투척범은 나토 반대 전직 군인
경찰 "범인, 나토 공습 맞선 공로로 밀로셰비치에게 훈장 받은 전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한밤중에 몬테네그로 주재 미국 대사관에 수류탄을 투척한 뒤 자폭한 용의자는 몬테네그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에 반대해온 세르비아 출신의 전직 군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몬테네그로 경찰은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수류탄을 던진 뒤 자폭한 범인이 43세의 달리보르 야우코비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는 대사관 앞뜰이 조금 파였을 뿐, 범인 외에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세르비아 태생이지만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거주해온 야우코비치는 19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수십 만 명이 사망하는 내전으로 몰고 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그의 페이스북에 1999년 나토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폭격에 맞서 싸운 것을 치하하는 밀로셰비치의 친필 서명이 담긴 훈장 사진이 게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글도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 있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나토는 1990년대 말 옛 유고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가 자국에서 분리 독립하려던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학살하자 1999년 세르비아와 당시 세르비아에서 아직 분리 독립하지 않았던 몬테네그로를 3개월 동안 공습해 발칸반도 내전을 끝냈다.
몬테네그로는 이후 2006년 국민투표로 세르비아와 결별했고, 독립 이후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등 친서방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5월엔 과거 우방이었던 러시아와 몬테네그로 내 친러시아 성향의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29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
이런 점에 비춰 범인은 몬테네그로의 친서방 행보를 못마땅히 여겨 범행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65만 명에 불과한 몬테네그로는 옛 유고 연방 소속 국가 가운데 최소국이지만 지중해 중부 지역의 해안선을 낀 전략적 요충지로, 발칸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서방과 러시아 간의 세력 다툼이 치열한 곳이다.
한편, 서발칸 국가 주재 미국 대사관은 과거 나토 폭격을 둘러싼 구원으로 말미암에 자주 공격의 대상이 돼왔다.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직후인 2008년 2월에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폭도들이 침입해 대사관 건물 일부에 불을 질러 침입자들 가운데 1명이 불길에 사망했다.
몬테네그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보스니아의 미국 대사관도 2011년 10월 이슬람 무장대원의 총격을 받아 경찰관 1명이 다쳤다. 범인은 교전 중 부상을 입고 체포됐으며, 이후 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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