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동위원소로 연대측정결과
11만년 전 조개 공예품도 네안데르탈인 작품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보다 전에 살던 네안데르탈인(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들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공예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대 추정법으로 밝혀졌다.
이는 네안데르탈인들이 예술적 안목과 상상력과 채색 기법을 발휘해 미술품을 제작했으며 상징을 이해하고 사용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속 더크 호프만 박사, 영국 사우스햄튼대 고고학과 소속 크리스 스탠디시 박사, 앨리스테어 파이크 교수 등은 스페인 동굴 3곳에서 발견된 벽화들에서 시료를 채취해 최신 우라늄-토륨 동위원소 분석 기법으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를 유력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23일자로 실었다.
이 벽화들은 검정과 빨강 물감으로 그려졌으며, 세월이 오래 흐르면서 색이 바래고 물감이 떨어져 나가기는 했으나 식별이 가능하다.
그 결과 이 동굴 벽화들은 최소 6만4천800년 전부터 그려졌던 것으로 추정됐다.
현생 인류가 유럽에 나타난 것은 4만∼4만5천년 전이므로, 이 벽화들을 그린 이들은 당시 유럽에 살던 유일한 영장류인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얘기가 된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년 전에 나타나 약 4만년 전에 사라졌다.
그 전에도 네안데르탈인이 예술품을 제작했다는 학설은 논문으로 종종 나왔으나, 이번 연구는 연대 측정 방식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인 사례여서 주목된다고 이 저널을 발간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설명했다.
호프만 등 논문 저자들은 AAAS가 발간하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다른 스페인 동굴에서 발견된 조개 공예품들의 연대 측정 결과 약 11만5천년 전 것으로 밝혀졌다는 논문도 실었다.
이 때부터 네안데르탈인들이 조개에 구멍을 뚫고 빨강과 노랑 물감을 칠해 공예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얘기다.
논문 저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초기 현생인류와 마찬가지로 상징을 이해하는 사고력이 있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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