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야당 유력…기존 판 깨려 민족주의 '곡예'
기성 정파, 불온시하며 강하게 비난하며 경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언제까지 나치 과거사 반성만 하고 있을 거냐. 우리가 그렇게까지 잘못한 건가. 조국 독일이여! 이제 당당히 제 목소리 내며 이익을 좇자'
독일 차기 대연정이 출범하면 제1야당이 되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오래된 민족주의 무기를 들고 전방위로 이념투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기성 대중정당(국민정당)의 지지율이 자유 낙하한 틈을 파고들며 연방 중앙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 정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4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의회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AfD의 반란이 가장 현란한 모습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곳은 독일식 연방하원 격인 분데스탁이다.
2013년 출범한 AfD는 독일 거의 전역의 주(州) 의회에 차례로 둥지를 튼 뒤 작년 9월 총선에서 12.6%의 지지를 받아 분데스탁에까지 진출했다.
그런 AfD가 전통적으로 제1야당에 주어지는 예산위원장직을 최근 꿰찬 데서 나아가 이례적 의회 풍경을 연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제1 공영 ARD 방송 메인 뉴스 '타게스샤우'는 AfD가 1년 만에 터키에서 풀려난 일간 디벨트 특파원 데니츠 위첼의 옛 독일혐오 기사를 불인정하자는 동의안을 의회에 냈지만 21일(현지시간) 표결 결과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고 22일 보도했다.
위첼 터키주재 특파원은 작년 2월 이스탄불에서 테러 선동 혐의로 구금된 뒤 수형 생활을 했고, 이건 언론자유 억압 논란을 부르고 독일ㆍ터키 양국 외교관계를 얼어붙게 하는 소재로 작용한 바 있다.
결국, 양국의 물밑 협의 끝에 그가 석방되어 주요 정파들이 안심하던 상황에서 AfD는 그를 "반(反)독일 증오 설교자"(알리체 바이델 AfD 원내대표)라고 비난하며 의회에서 다시 이 이슈를 쟁점화한 거였다.
AfD의 이 시도는 그러나 표결 결과를 떠나, 여타 정파들로부터 십자포화 공격을 받았다. 차기 정부에서 같은 야당 역할을 하게 될 자유민주당 볼프강 쿠비키 의원은 "집단적 비열(함)"을 보여주는 동의안이라고 했고, 좌파당 소속 얀 코르테 의원은 AfD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해외 연장 권력이라고까지 칭했다.
정당뿐이 아니었다.
독일저널리스트연맹(DJV) 프랑크 위버랄 회장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관한 AfD의 비뚤어진 태도를 비판하며 의회를 그렇게 악용하려는 것은 "진짜 어리석다"고 했다.
좌파 색채의 일간 다게스차이퉁(taz) 게오르크 뢰비슈 편집인은 "저널리스트의 글은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선 정당, 의회, 또는 정치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AfD는 알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AfD의 장외 행보도 이념투쟁의 화약 냄새가 진동한다.
외르크 모이텐 AfD 공동당수는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당은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 페기다)과의 공조 금지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모이텐 당수는 당 소속 인사들이 페기다 집회에서 정당 상징물을 보이며 발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다만, 페기다 운동을 주도한 루츠 바흐만 전 대표와의 연계는 거부했다.
모이텐 당수는 작년 총선 이후 개최한 하노버 전당대회에서 독일이 영토를 잃을 것 같다고 위기감을 표하며 독일인들에 뿌리 깊은 영토 보존 의식을 자극하기도 했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은 영토를 얻었다 잃었다 했다.
모이텐 당수가 언급한 바흐만은 페기다 진원인 드레스덴의 월요집회를 이끌어 주목받으면서 일부 언론을 통해 절도죄로 실형을 살고 마약사범으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는 과거가 보도됐다.
또한,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콧수염을 하고 머리숱을 왼편으로 쏠리게 한 채 히틀러를 흉내 낸 셀프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AfD 소속 한 지역 의원은 나치 체제에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돌이 새겨 두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이번 주 초 말해 유대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기성 체제가 불온시하는 AfD 인사들의 언동이 잇따르고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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