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력 가진 '이스탄불 협약' 거부…인구 80%는 가톨릭 신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동유럽의 슬로바키아 정부가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 규정한 자국 헌법에 어긋난다며 여성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의 비준을 거부했다.
슬로바키아의 로베르트 피코 총리는 2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2011년 마련된 이스탄불 협약(Istanbul Convention)의 비준을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AFP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 협약은 부부 사이 성폭력과 할례 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세계 최초로 구속력을 갖고 있다.
이 협약에는 동성결혼에 대한 분명한 언급은 없지만, 많은 슬로바키아인은 협약의 내용을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피코 총리는 "이 협약은 가족 내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삭제했다는 의미에서 고정관념과 성 평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규정한 조항이 완벽하게 반영되지 않으면 결코 비준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절반이 넘는 17개 국가가 이 협약을 비준했다.
슬로바키아는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에도 2014년 헌법을 개정해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 적시했다.
슬로바키아는 인구 약 540만 명 중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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