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작아서 안 돼…" 악조건 딛고 올림픽 데뷔 무대서 개인 최고점 달성
세상의 편견, 한계와 싸우는 이들에게 선사한 감동적인 연기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하늘(수리고 입학예정)은 149㎝의 단신이다.
미적 가치를 중시하는 피겨스케이팅에선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변에선 김하늘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고 했다.
팬들의 시선도 따가웠다.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몇몇 피겨팬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악플 세례로 김하늘을 조롱했다.
중학생 김하늘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김하늘은 "태릉빙상장에 가면 나보다 작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코치 선생님들은 동작을 크게 해서 단점을 극복하라고 했는데, 나조차도 매우 힘들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김하늘에게 가장 힘든 적은 경쟁자도, 악플을 쏟아내는 네티즌도 아니었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자기 자신이었다.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피겨 선수 생활을 하며 어머니와 많이 싸웠다.
그는 "엄마에게 원망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나를 작고 통통하게 낳으셨냐고. 집안에 키가 큰 사람이 없는데도 내게 피겨를 시킨 부모님이 많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런 김하늘에게 일본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우노 쇼마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160㎝의 단신인 쇼마는 일본 최고 스타 하뉴 유즈루의 그늘에 갇혀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으로 단점을 극복하며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평창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하늘은 "쇼마를 보며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다"라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하늘이 올림픽 시즌 프리스케이팅으로 선택한 배경음악은 '맘마미아' 오리지널사운드트랙 '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승자독식'을 이야기하는 애절한 노래에 맞춰 김하늘은 은반 위에 홀로 섰다.
그는 평창올림픽 무대에서 4분여간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광판에 뜬 점수는 121.38점. 자신의 개인 최고점 111.95점을 10점 가까이 경신한 최고 점수였다.
총점 175.71점으로 메달권엔 진입하지 못했지만, 세상의 편견과 극복할 수 없는 한계와 싸우는 이들에게 많은 울림을 안겼다.
김하늘은 연기 후 "나보다 관중석에서 딸의 모습을 지켜보셨을 부모님이 더 떨리셨을 것"이라며 "항상 용기와 힘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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