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윤성빈·박승희·최민정 어머니, 자녀들의 사랑 고백에 미소
(평창=연합뉴스) 하남직 김은경 기자 = "마지막 경기인 줄 알고 나도 펑펑 울었는데…."
어머니 김인순(57) 씨가 말을 꺼내자 딸 이상화(29)가 화들짝 놀라 어머니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하지만 김인순 씨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상화가 은퇴하는 줄 알았는데 인터뷰에서 1∼2년을 더한다고 말하더라.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나도 펑펑 울었는데…"라고 했다.
동계올림픽 영웅 이상화, 박승희(이상 스피드스케이팅), 최민정(쇼트트랙), 윤성빈(스켈레톤)과 그들의 어머니가 모인 23일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네이션스 빌리지에 폭소가 터졌다. 어머니의 깜짝 발언에 곱게 눈을 흘기던 이상화도 결국 크게 웃었다.
이날 P&G 2018 땡큐 맘 어워드에 참석한 딸과 어머니, 아들과 어머니는 마음속에 담아뒀던 애틋한 마음을 꺼냈다.
'영웅'으로 불리는 동계올림픽 스타들도 어머니 앞에선 평범한 딸과 아들이 된다.
딸과 아들은 때론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다. 그 모습에 어머니도 잠시 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사랑해"였다.
이상화 어머니 김인순 씨는 "우리 딸이 네 번째 올림픽을 치렀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고 떠올렸다.
많은 팬이 이상화가 2022년 베이징올림픽까지 뛰길 바란다.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다르다. 그래서 "1∼2년 더 뛰어보고 생각하겠다"는 딸의 계획에 놀랐다.
김인순 씨는 "네 번의 올림픽을 치르며 고생했으니 상화도 좀 쉬면서 자기 생활을 즐겼으면 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을 그만두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인터뷰에서 1∼2년을 더 한다고 하더라. 안쓰럽다. 남은 1∼2년은 재활에 더 전념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상화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내가 예민해지기도 했는데, 그걸 받아주셔서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인순 씨의 눈이 반짝였다.
무뚝뚝한 딸 최민정에게 보낸 '손편지'로 화제를 모은 어머니 이재순 씨도 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재순 씨는 "올림픽 개막 1∼2주 전에 선수촌으로 편지를 보냈다.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즐기기만 하라'고 썼는데, 딸이 '엄마 편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해서 내가 더 고마웠다"고 했다.
늘 무표정했던 쇼트트랙 2관왕 최민정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엄마와 가까워졌다"며 "운동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엄마의 희생, 믿음, 헌신 덕이었다"고 했다.
애정 표현에는 서툴렀던 딸의 고백에 이재순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과 어머니 조영희 씨는 평창올림픽을 치르며 더 '다정한 모자'가 됐다.
조영희 씨는 "성빈이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말 자신 있어 했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성빈이가 불편할 것 같아서 일부러 더 친척, 친구를 만나 즐겁게 지내고, 그 장면을 찍어 성빈이에게 보냈다"며 "아들이 '황금 개의 해에 금메달을 따겠다'고 해서 나도 일부러 금색만 보고 다녔다"고 전하기도 했다.
윤성빈은 인터뷰 중 어머니에게 귓속말했고, 어머니는 까르르 웃었다. 다정한 모자의 모습이었다.
박승희, 박승주, 박세영 등 3자매를 모두 빙상 국가대표로 키우며 누구보다 많은 빙상 경기를 본 어머니 이옥경 씨 "어머니들은 메달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실수하지 않게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박승희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 쇼트트랙 선수로 출전해 2관왕에 올랐다. 평창올림픽에는 '메달 후보가 아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나섰고, 은퇴를 선언했다.
이옥경 씨는 "승주가 은퇴했을 때, 나와 승주가 둘이 여행을 떠났다. 이제 승희도 내려놓았으니, 함께 여행을 갈 계획"이라며 "승희가 이제는 스케이트가 아닌 다른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경험을 했으면 한다. 딸의 은퇴가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표현을 잘하는 딸"이라고 '과시'하는 박승희는 또 한 번 "엄마, 사랑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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