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부터 재배…생산 총량 전국 3위지만 한지형 마늘은 1위
(의성=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컬링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마늘 소녀'(garlic girls)라는 별명이 붙었다.
여자대표팀 선수 가운데 김초희를 뺀 나머지 4명이 모두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 출신이기 때문이다.
의성은 전형적인 농촌으로 사과나 고추, 자두, 쌀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지만마늘이 이 고장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다.
곳곳에 마늘 관련 조형물이 있고 농가마다 마늘 건조·저장시설을 갖춘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 전국 '최고 의성' 마늘, 조선 중기부터 재배 시작
마늘은 기후에 따라 찬 데서 키우는 한지형(寒地形)과 따뜻한 곳에서 키우는 난지형(暖地形)으로 나뉜다.
의성이 마늘로 워낙 유명세를 치르는 까닭에 마늘 생산량으로 의성이 단연 전국 1위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016년 기준 의성 지역 마늘 총생산량(1만5천680만t)은 경남 창녕과 전남 고흥에 이어 전국 3위다. 그 비율로 보면 전체의 3.5%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의성 지역 마늘이 귀한 대접을 받는 까닭은 희귀성 때문이다.
나아가 한지형 마늘 생산량은 의성이 전국 1위다.
6월 중순이 지나고 수확하는 의성 마늘은 단단해 저장성이 좋고 특유의 향과 매운맛이 강하다.
즙이 많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마늘보다 적은 양으로도 김치 양념을 하고, 김치 신맛을 억제하는 기능도 탁월한 것으로 유명하다.
살균작용을 하는 알리신(allicin)을 많이 함유해 노화방지와 항암작용 등 약리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었다.
의성 마늘이 지닌 이런 특징은 한서(寒暑)차와 일교차가 큰 이 지역 기후 영향으로 알려졌다.
또 이곳 진산(鎭山)이면서, 한반도에서는 가장 오래된 화산인 금성산이 마늘 맛을 결정하는데 한몫을 했다. 7천만년 전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는 금성산은 마늘이 잘 자라는 토양을 제공했다.
의성 마늘은 벼를 베어 낸 논에서 이모작 재배가 가능하다.
물 빠짐이 좋은 논에 재배하기 때문에 밭마늘과 비교하면 병해충이 적다. 여름에 벼를 재배하려 댄 물에 포함된 미네랄이나 미량원소 등이 논에 남았다가 마늘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해 다른 지방에서 재배한 마늘보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단군 신화에도 나오는 마늘은 한민족 역사와 함께한 작물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마늘밭에서 후농제(後農祭)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어 이때 이미 마늘은 식용이나 약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의성에서는 언제부터 마늘이 재배됐을까.
관련 기록은 1655년 나온 농가집성(農歌集成)과 사시찬요초(四時纂要抄)라는 책에 보인다.
본격적인 마늘 재배는 조선 중종 21년(1526년) 의성읍 치선리에 경주 최씨와 김해 김씨가 터를 잡으면서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6월 이후 마늘 수확기가 지나면 집집이 창고에 수확한 마늘을 내걸고 건조한다. 이 모습은 의성에서만 볼 수 있는 초여름 풍경으로 꼽혀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출사 소재로도 쓰인다.
◇ 최고 양념 소재에다 가공식품도 인기
의성 마늘은 양념용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은 의성 흑마늘 가공품은 마늘을 최적 요건에서 발효·숙성시켜 마늘 특유 매운맛을 없앴다. 대신 단맛과 신맛이 어울린 오묘한 맛으로 소비자의 인기를 끈다.
흑마늘을 원료로 한 가공품만 흑마늘 진액, 흑마늘 조청 등 30가지 정도 제품이 개발됐을 정도이다.
흑마늘뿐 아니라 마늘이 들어간 마늘빵 등 다른 가공품도 여러 가지 있다. 치킨에 마늘을 곁들인 의성 마늘닭도 유명하다. 의성과 가까운 안동이나 예천 등지에서도 의성 마늘닭을 맛볼 수 있을 정도다.
의성에서 마늘은 소도 먹고 돼지도 먹는다.
마늘이 첨가된 특수 사료를 먹여 키운 마늘소는 육질과 맛이 다른 지역 소고기와 구별될 정도로 유명하다.
의성군은 2015년 롯데백화점과 업무협약을 하고는 수도권 백화점 등지에 마늘 소고기를 입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는 연간 1천400마리 정도 안정적으로 출하함으로써 이에 따른 농가수익이 1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의성군은 본다.
마늘 먹인 돼지 '의성 마늘포크'도 전국적인 인기상품이다.
◇ 짝퉁은 가라…진짜 의성 마늘 지키기
의성 마늘이 최고 인기를 누리지만 생산은 전국 생산량의 3.5%에 불과해 수입 마늘이나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마늘이 의성 마늘로 둔갑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농민들이 중심이 돼 의성 마늘 지키기에 나섰다.
의성마늘생산자연합회는 마늘을 수확한 뒤 밭에서 묶을 때 쓰는 띠를 만들어 농민에게 나눠준다.
의성군 로고와 '의성 마늘'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 띠로 묶은 마늘이 의성산임을 증명한다.
신청을 받은 만큼만 띠를 만들므로 외지에서 생산한 마늘을 의성 마늘로 속이는 일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띠가 없더라도 의성 마늘을 중국산이나 국산 난지형 마늘과 구별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의성 마늘은 쪽수가 6∼8쪽으로 난지형 마늘보다 1개월가량 늦은 6월 하순부터 수확한다. 이 때문에 7월에는 깐마늘이 아닌 통마늘 형태로 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형상 종(대)을 중심으로 마늘쪽 끝이 바짝 붙어 있고 제비 꼬리 모양이다. 즙이 많아 빻거나 썰면 서로 붙는 특징도 있다.
◇ 전국 최고 명성 이어가자…의성 마늘 명품화
의성군은 군 상징이 된 마늘 명품화에 나섰다.
의성 마늘 상품성을 키우고 우량형질 계승을 위해 주아(珠芽·마늘종에 생기는 어린 마늘) 재배법을 개발했다. 농가에 친환경 생분해비닐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없앨 수 있는 파종기나 줄기절단기 같은 농기계도 공급한다.
'의성 마늘 6차 산업화지구 조성사업'이나 '흑마늘 6차 산업화 지원사업', '의성 마늘 프리미엄 기반 조성사업' 등도 벌여 마늘과 연계한 6차 산업을 키우는 중이다.
의성군은 마늘 6차 산업화가 농업과 농촌 부가가치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첨단 ICT 기술과 드론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스마트 팜 농업기술을 마늘 재배에 도입하기로 했다.
지은 지 오래인 마늘종합타운 시설과 장비를 개선해 마늘 유통 축 구실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의성 출신이 중심이 된 여자컬링대표팀이 선전하면서 의성 마늘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며 "의성 마늘이 지역 농가 주요 수입원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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