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 야생마종으로 알려진 프르제발스키 유전자 분석하니 가축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지구 상에 진짜 원시 야생마는 없으며, 적어도 수백 년 전에 모두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캔자스대학 샌드러 올슨 교수, 영국 엑스터대학 앨런 우트램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지구 상 유일 원시 야생마 종으로 알려진 프르제발스키(Przewalski)도 실제론 인간에게 길든 가축의 후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슨 교수팀은 카자흐스탄 북부 지역들의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나온 말 뼈와 치아 등을 입수했다.
이를 카자흐 중부 보타이 지역과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나온 고대 및 현대 40여 말 종의 유전체와 비교 분석했다. 또 기존에 학계에 보고된 원시 고대 및 현대 말 46종의 유전체와도 비교했다.
그 결과 프르제발스키는 약 5천500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가축으로 길든 말들의 후손임이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지역에서 도망친 말들이 떠돌이 말이 되어 야생마가 됐을 뿐 진짜 원시 야생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학계에선 카자흐 보타이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일찍 말을 사육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놀랍고도 슬픈 일이지만 지구 위에서 원시 야생마는 수천 년 전, 혹은 아마도 수백 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선 이번 연구를 통해 프르제발스키가 진짜 야생종이 아니라는 점만 알게 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의 말들이 모두 카자흐 보타이 등의 지역에서 인간에 의해 길든 말들의 후손임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 러시아 서부, 헝가리, 폴란드 등 여러 곳의 표본들을 더 수집 비교·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르제발스키는 선사시대에 아시아, 유럽, 중국 등을 떠돌아다니다 나중엔 주로 중앙아시아 초원 지역에 서식한 말로 알려졌다.
19세기 말 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러시아 군인이자 탐험가의 이름을 따 명명된 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말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1960년대부터 동물원에 남아 있던 말들을 이용,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 몇 마리씩 보존 중이며, 몽골초원의 자연보호구역에서 2천 마리가량 살고 있다. 이는 몽골인들이 전통적으로 방목해온 말과도 다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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