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왕핑씨·케냐인 앙가르씨…성적 비결은 '알바'와 '건강'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고려대와 숙명여대에서 한국인 학생들을 제치고 학부 수석으로 졸업한 외국인 학생이 잇달아 탄생했다.
25일 고려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이 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중국인 왕핑(王萍·24)씨가 미디어학부 특대생(수석)으로 졸업장을 받았다.
고려대에서 외국인 학생이 학부나 단과대 수석으로 졸업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릴 때부터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의 팬이었던 왕씨는 201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에 유학을 왔고, 동국대 어학당을 거쳐 2014년 고대에 입학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도 컸던 왕씨였지만 언어의 장벽은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고 한다.
그는 1∼2학년 내내 수업 내용을 전부 녹음해서 몇 번씩 다시 들으며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 그는 평점 4.5점 만점에 평균 4.26점으로 최우수 졸업을 차지했다.
왕씨의 한국어 습득 비결은 '아르바이트'였다. 그는 주말처럼 수업이 없을 때는 생활비를 벌 겸, 친구를 사귀면서 한국어도 배울 겸 알바에 시간을 쏟았다.
식당·커피숍 서빙 알바는 물론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기회가 닿는 대로 여러 일을 하면서 한국어를 온몸으로 익혔다.
왕씨는 "한국어는 처음에는 쉬운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곤 해서 어렵더라"면서 "알바를 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고 드라마도 꾸준히 본 덕에 말이 빨리 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왕씨는 우수한 한국어 실력과 성적을 발판 삼아 졸업과 동시에 중국의 IT 기업 '네티스'에 고급 통번역 담당으로 취직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 너무 좋아서 계속 살고 싶다"면서 "한국 미디어 대기업에 취직해 '도깨비' 같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예능을 중국에 수출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23일 숙명여대 졸업식에서는 케냐에서 온 유학생 망고 제인 앙가르(26)씨가 사회과학대 수석으로 졸업장을 받았다.
고대 왕핑씨와 마찬가지로, 앙가르씨도 숙대에서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처음으로 학부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원래 케냐의 한 대학에서 국제관계외교학을 전공하던 앙가르씨는 더 심화한 수준의 공부에 갈증을 느끼던 차에 현지 한국어학당 원장의 추천으로 2014년 숙대에 입학했다.
그는 4년 동안 재수강 한 번 하지 않으면서 줄곧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전액장학금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평점 4.3점 만점에 평균 4.18점으로 사회과학대학장상을 받으며 졸업했다.
케냐 대학에서도 전 과목 만점을 받았다는 앙가르씨는 공부 비결로 '건강'을 꼽았다.
채식주의자라는 그는 "아침은 꼭 챙겨 먹고, 자극적인 음식은 먹지 않는다"면서 "아침에는 6시에 일어나고 밤에는 11시 전에 잠드는 원칙을 지키면서 건강을 유지하니까 공부에 집중을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앙가르씨는 "한국처럼 케냐도 독재를 거쳐 민주화가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정치권력과 재벌의 관계를 연구하고 싶고, 훗날 케냐에 돌아가 정치학자로 일하면서 도서관을 짓는 게 꿈"이라며 미소 지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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