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기적 이룬 '팀 킴' 의성 4인방 동네에선 알아주는 효녀

입력 2018-02-25 12:09  

컬링 기적 이룬 '팀 킴' 의성 4인방 동네에선 알아주는 효녀
훈련 없으면 농사·집안일 도와…상금 모아 홀어머니 지낼 아파트 마련
같은 길 걷는 고교 후배에겐 든든한 선배…"의성, 대한민국 자랑"



(의성=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25일 막을 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사상 처음으로 은메달을 딴 여자 국가대표 '팀 킴' 선수 가운데 경북 의성 출신인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는 동네에서 운동 실력만큼이나 효심도 인정받는 착한 숙녀들이다.
경기 때 뿔테 안경을 쓰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작전을 지시하며 "영미, 기다려∼", "영미, 가야 돼!"를 외친 '안경 선배' 스킵(주장) 김은정은 한때 요리사를 꿈꿨을 만큼 음식 솜씨가 좋다고 한다.
대회 기간 집 거실 TV로 손녀 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봤다는 친할머니 김원희(93)씨는 "은정이가 한때 요리학원에 다녀 음식을 잘 만든다"며 "평소 대회가 없는 날 집에 와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 다녀오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과일 등을 사다 주기도 한다"며 "주말에 피곤할 텐데 빨래, 청소 등 집안일에도 열심이다. 돌아오면 고생했다고 꼭 안아 주고 싶다"고 했다.
김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평일에는 훈련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모판을 나르는 등 벼농사, 마늘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도왔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이 사는 분토2리 어르신에게도 그는 손녀처럼 살갑게 행동했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한월순(67·여)씨는 "평창올림픽에 나가기 전 회관을 찾아 어르신들 드시라며 귤 1박스를 주고 갔다"며 "이뿐만 아니라 평소 외국 대회에 갔다 오면 꼬박꼬박 먹을 것을 사와 챙겨 준다. 마음 씀씀이가 곱다"고 칭찬했다.
자매인 김영미·경애 선수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친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면 자신들을 돌봐준 할머니(96)는 지난해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또 철파리 한 낡은 주택에 살던 가족은 최근 아파트로 이사했다.
자매 가족이 지낸 주택 바로 옆집에 사는 홍임순(69·여)씨는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도 반듯하게 잘 컸다. 너무 착하다"며 "고생한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기 위해 지금까지 모은 대회 상금으로 아파트를 마련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신월리에 가족이 사는 김선영 선수도 동네 어르신 사이에서 인사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친할머니 김복분(92)씨는 "시합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며 "너무 고마운 손녀다"고 말했다.



의성 4인방은 의성여고 동문으로 같은 길을 걷는 후배에게는 든든한 선배로 통한다.
학교 측은 조만간 대표팀 선수들과 전교생이 함께 자리하는 환영식을 열 계획이다.
의성여고 최재용 교장은 "한 번씩 의성에 있는 컬링장에 가면 대표팀 선수들이 학교 후배 선수들 훈련을 도와주는 모습을 본다"며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고 했다.
이어 "메달 색깔에 상관없이 대표팀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우리 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며 "우리 학교, 의성, 대한민국 자랑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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