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무관심 종목 설움 극복…세계랭킹 톱 10 모두 격파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올림픽은커녕 응원을 받으며 경기한 경험도 없었던 '초짜'들이 금메달 문턱에 다다랐다.
특산품이 마늘이라는 점 정도로 알려진 소도시 경북 의성에서 키워온 꿈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결승까지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여자컬링 대표팀은 스킵 김은정이 의성여고 1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접하면서 싹을 텄다.
김은정은 친구 김영미에게 함께 컬링을 하자고 권유했다. 김영미도 학교를 마치면 컬링장으로 달려갔다.
2006년 의성에 생긴 한국 최초의 컬링장이 이들의 놀이터였다.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는 언니가 즐겁게 컬링을 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컬링에 빠져들었다. 김경애는 의성여중 친구인 김선영에게 같이 컬링을 하자고 했고, 'OK'를 받아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컬링 스타 '팀 킴'은 이렇게 출발했다.
각자 다른 학년에서 컬링을 하던 이들은 2012년 처음으로 한 팀을 이뤘다.
이들의 홈그라운드인 의성컬링훈련원 건립에 힘쓴 사람은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이다.
김경두 전 부회장의 딸인 김민정 감독은 경북체육회에서 지금의 대표팀과 함께 선수 생활을 하다가 지도자로 변신했다.
경기도 최고의 고교컬링 유망주 김초희가 졸업 후 경북체육회 컬링팀에 입단하면서 지금의 국가대표팀이 완성됐다.
모두 김 씨여서 외국에 나가면 김경두 전 부회장이 아버지이고 김민정 감독까지 모두 여섯 자매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한 가족이 맞다'고 하면 상대가 속을 정도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하지만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만 꿈을 키워온 것은 아니다.
한국의 컬링 환경은 너무나 척박했다.
국내 유일의 국제 규격 컬링장이 의성에 있는 것은 이들에게 행운이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마땅히 훈련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할 때 강릉컬링센터는 보수·정비 문제로 대표팀에 훈련 공간을 제대로 내주지 못했다.
작년 개장한 진천선수촌에도 컬링장이 있었지만, 올림픽을 준비할 정도로 시설을 갖춘 것은 지난해 12월 말이 다 돼서였다.
대표팀은 또 연맹의 파행 운영으로 정부가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각종 지원을 해주는 '평창올림픽 경기력 향상지원단'의 존재도 뒤늦게 알게 돼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속상해했다.
이런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대표팀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대표팀은 이런 순간들을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떠올린다.
이는 대표팀이 더욱 하나로 똘똘 뭉치고 독하게 훈련하는 원동력이 됐다.
소속팀인 경북체육회 자체적으로 여러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소치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라이언 프라이(캐나다)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를 임시 코치로 초빙했다.
김선영은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다. 뒤에서 저희를 밀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김민정 감독은 "우리는 어디서 (갑자기) 떨어진 팀이 아니다. 10년간 만들어진 팀"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여자컬링 대표팀은 올림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세계랭킹 8위인 대표팀은 예선에서 캐나다, 스위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영국, 스웨덴 등 세계랭킹 1∼5위를 모두 잡아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6위 일본에 예선에서는 패했지만, 준결승에서 설욕했다.
세계랭킹 7위 미국과 9위 덴마크, 10위 중국까지 잡아낸 것을 포함하면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0위 안에 드는 팀을 모두 깨트렸다.
이제 결승에서 스웨덴까지 한 번 더 이기면 대표팀은 여자컬링 최강의 팀으로 우뚝 선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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