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밀거래 막아 '대북제제 구멍' 메워…북 경제 직격탄 가능성
미, '비핵화 대화 안 나오면 최대 압박' 재확인…대화국면 여파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막바지인 23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사실상의 '해상 차단'(maritime interdiction)이라는 초고강도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상 차단은 무기나 석유, 석탄 등 불법 금수품목을 운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 상에서 저지하는 조치다.
숱한 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국경 육상 통로가 막혀 제3국에서의 물자 수송을 거의 배에 의존하는 북한 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어, 군사적 행동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대북 압박으로 간주된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응한다면 협상을 하겠지만, 대화 의지가 없다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즉,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최대의 압박을 가한다는 게 일관된 원칙이었다. 미국은 이번 조치로 이 같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 동시 정책'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평창올림픽 기간의 북미대화 가능성은 한층 작아지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새 제재 발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폐막식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만찬을 하는 당일 나왔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을 비롯한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 탄자니아, 파나마, 마셜제도 등 제3국까지 포함한 선박 28척과 27개 해운 및 무역업체, 개인 1명 등 총 56개 개인과 기관을 대북제재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보수단체의 연례 총회 격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기조연설에서 이번 제재에 대해 "사상 최대의 새로운 대북제재"라고 평가했다.
제재의 초점은 북한 선박과 제3국 선박의 공해 상 불법 옮겨싣기 차단에 맞춰졌다. 신규 제재 대상 가운데 유엔이 금지한 석탄과 석유를 북한 선박에 옮겨 싣다가 제재 대상에 오른 제3국 기업(9곳)과 선박(9척)은 총 18개에 달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대북제재의 '구멍'이 돼온 해상 밀거래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왔다.
재무부는 이날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금운산 3호'가 지난해 12월 파나마 선적 '코티'로부터 석유를 불법 공급받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을 추가로 공개한 것을 포함해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 사례들을 일일이 소개하며 '국제 해상운송 경보'(global shipping advisory)도 발령했다.
특히 이번에는 제3국 선박과 해운·무역회사들까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무더기로 등재됨에 따라 제재 이행 및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교역이 없는 북한은 독자제재를 받더라도 영향이 거의 없지만, 제3국 기업들의 속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항구 입출항 차단, 미국인 및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내 자산 동결 조치는 심각한 타격이 된다. 해상 밀거래에 따르는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대북 차단 효과가 올라간다는 게 미 정부 측 설명이다.
미국은 아울러 대북 해상 차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인 물류 흐름을 추적하고 저지하려면 수많은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 및 파트너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엔 등 국제기구와 국제회의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는 국제 해상운송 경보 성명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해상운송 관행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디에 있든 간에 계속해서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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