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로마 등에서 대규모 반파시즘 집회…경찰 초긴장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내달 4일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이념 대결과 이에 따른 물리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통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1920년대부터 2차 대전 종전까지 이탈리아를 파시즘의 광기로 몰아넣은 베니토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신파시즘 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단체 간의 충돌이 두드러지고 있다.
22일 밤(현지시간) 북부 토리노에서는 파시즘에 경도된 극우 단체 카사파운드의 집회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부딪혔다.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시위대는 병을 던지며 경찰의 진압에 저항했고, 경찰은 이에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하며 도심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와중에 경찰관 3명이 다쳤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밤 밀라노 인근의 도시 브레시아에서는 현지 극좌 단체의 시설이 방화로 불에 타는 사건이 일어났다. 과거 파시즘 정권에 항거한 유격대원들로 구성된 반파시즘 단체인 이탈리아유격대원연합회(ANPI)는 이번 방화가 파시즘 추종 인종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파시스트 운동가들과 파시즘 부활을 꿈꾸는 극우 단체들 사이의 충돌은 지난 3일 중부 마체라타 도심에서 극우 청년이 아프리카 이민자들만을 겨냥해 총구를 겨눠 나이지리아, 감비아 등 아프리카 난민 6명이 다친 사건을 신호탄으로 고삐가 풀린 듯 더 빈번하고, 더 험악해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에서 극좌파 활동가들에 의해 신파시즘 단체인 새로운전진(포르차누오바) 현지 대표가 결박 당한 채 집단 폭행을 당했고, 같은 날 중부 페루자에서는 선거 선전물을 부착하려던 극좌 단체의 활동가가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기도 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북부 볼로냐에서 새로운전진의 로베르토 피오레 대표의 방문을 저지하려는 반파시즘 운동가들이 도심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물대포로 맞서는 등 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 전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수도 로마에서도 오는 24일 수 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반파시즘 집회가 예정돼 있는 등 곳곳에서 집회와 각 정당들의 선거 유세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릴 예정이라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해 경찰력 수 천 명을 도심에 배치하는 한편 드론 등을 동원해 폭력 행위를 적발, 관련자를 엄단할 계획이다.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경찰 또는 정치적 맞수에 대한 반복되는 폭력 행위는 이탈리아 헌법과 가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각 정치 세력에 자제와 평정을 당부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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