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체포 긴급성·적법성 부족 등 지적…구속 필요성 낮다고 판단
'윗선 수사'에 일부 난관 있을 듯…변호사 '봐주기' 의혹 수사는 계속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고소인과 수사 대상자 등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현직 검사 2명이 구속 위기를 피해갔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검찰 고위 간부 등의 사건 연루 의혹을 규명하려는 검찰의 수사계획은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2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36) 검사에게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추 검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강 판사는 "수사 경과와 체포경위에 비춰 긴급체포에 필요한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도망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추 검사는 2014년 비행장 소음 집단소송 전문으로 유명한 최인호 변호사(57·구속)에게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40·구속)씨의 수사 기록과 조씨의 통화 녹음 파일 등을 넘긴 혐의를 받는다.
최 변호사는 한때 동업자였던 조 대표를 60억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추 검사는 서울서부지검에서 조 대표 재판을 담당하는 검사였다. 조 대표는 이 사건으로 징역 7년형을 받았다.
지난 21일 소환 조사 중 긴급체포된 추 검사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최 변호사를 잘 봐 달라'는 김모 지청장의 전화를 받고 최 변호사가 요구한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추 검사의 옛 직속상관이자 최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25기 동기인 김모 지청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수사 계획에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이와 별도로 주가조작 사건 수사정보를 수사 대상자 측에 유출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무상 기밀누설)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춘천지검 최모(46) 검사도 함께 영장이 기각됐다.
전날 최 검사의 영장실질심사를 한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긴급체포의 적법성에 관하여 의문이 있는 점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 검사는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6년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주식 브로커 조모씨에게 수사정보를 유출한 의혹으로 21일 소환 조사를 받다가 긴급체포됐다. 조씨에게는 홈캐스트 투자자 등의 인적사항과 투자정보, 금융거래 현황 등이 건네진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커 조씨는 최인호 변호사가 홈캐스트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정보를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로부터 건네받아 검찰에 제공했다. 브로커 조씨를 신뢰한 최 검사는 그에게 수사 자료를 건네고 도움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 검사는 휘하 수사관 박모씨(구속)를 시켜 검찰이 브로커 조씨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면서 발견한 유출 진술조서를 따로 빼돌려 파쇄하게 한 혐의(공용서류손상)도 받았다.
이날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에 따라 체포 후 구치소에 수용됐던 두 검사는 모두 석방됐다. 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들의 수사정보 유출 혐의에 또 다른 검찰 간부 등이 연루되지 않았는지를 수사하려던 검찰은 계획을 다시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수사를 맡은 서울고검 감찰부(이성희 부장검사)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영장 재청구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와 별개 흐름으로 2015년 이후 최인호 변호사의 집단소송 승소금 횡령 및 탈세 혐의 수사에 검찰 윗선의 부당한 '봐주기' 압력이 있었는지 등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 고위 간부나 정관계 인사가 수사 무마 로비에 추가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무성해 향후 수사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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