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가 로힝야족 마을을 철거해 증거를 지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미얀마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후 로힝야족 마을 55곳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면서, 미얀마가 정부군에 의한 잔혹 행위의 증거를 지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마을에서는 로힝야족 반군 소탕 과정에서 불에 탄 건물 잔해를 비롯한 마을의 모든 구조물은 물론, 인근에 있던 초목도 모두 사라졌다.
특히 HRW는 미얀마 정부가 중장비를 동원해 밀어 버린 마을 중 2곳은 유혈 충돌 중에도 방화 등 피해가 없었던 멀쩡한 마을이었다고 설명했다.
HRW의 아시아 담당자인 브래드 애덤스는 "사라진 마을 가운데 다수는 로힝야족을 상대로 자행된 잔혹행위의 현장으로, 유엔이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존되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불에 탄 로힝야족 마을 철거가 난민 거주지 건설과 재건을 위한 작업이라고 주장해왔다.
윈 미얏 아예 미얀마 사회복지부 장관은 이달 초 "기존 건물보다 더 높은 기준에 따라 마을을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정식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반군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유혈사태를 피해 국경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현지 언론인 이라와디는 정부의 인구조사 통계를 토대로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거주했던 로힝야족 난민 중 90%가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고, 현지 남은 로힝야족은 7만9천여 명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또 국경없는의사회는 유혈사태 한 달 만에 6천7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성폭행과 방화, 고문을 일삼으면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국제사회가 구성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연말 로힝야족 난민을 2년 이내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끔찍한 박해를 경험한 난민들은 신변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이로 인해 난민 송환 개시가 지연되고 있다.
한편, 미얀마 특별법원은 지난 2016년 10월 로힝야족 반군의 1차 경찰초소 습격 당시 검거됐던 로힝야족 남성 4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다른 용의자 26명은 각각 10∼20년의 징역형에 처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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