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 스키의 동계올림픽 도전 58년 만에 역사적인 첫 메달을 안긴 '배추 보이' 이상호(23)의 두 엄지손톱에는 태극기와 스노보드를 탄 사람의 그림이 각각 그려져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를 앞두고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그림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을 올리며 '손톱에 처음으로 뭔가를 발라보았다'며 다소 어색한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24일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스키의 첫 메달을 은빛으로 장식한 뒤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연합뉴스와 만난 이상호는 이 손톱에 대해 귀띔했다.
처음으로 받은 '네일 아트'에는 올림픽 메달을 향한 그의 각오, 한국을 알리려는 책임감, 그리고 더는 '변방'이 아니라는 그의 '오기'가 들어 있었다.
이상호는 "우리 종목에서 아시아와 한국이 변방이라 무시당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이 손톱을 보여주며 '나 대한민국 선수야' 라는 것을 자랑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호의 말대로 속도를 겨루는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에선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번 올림픽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선수만 봐도 이상호 등 한국 선수 3명을 빼면 일본의 시바 마사키 뿐이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 선수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16강엔 이상호와 김상겸(29)만 진출했고, 시바는 예선 27위에 그쳤다.
아시아 남자 선수가 시상대에 오른 사례도 이상호 이전에는 없었다.
이상호가 올림픽 시상대에 태극기를 걸면서 자신의 바람대로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존재를 알린 셈이다.
태극기 반대편 손톱의 스노보드를 탄 사람 그림의 바탕은 반짝이는 금빛으로 칠해져 있는데, 여기도 이상호의 생각이 반영됐다. 예상대로 "금메달을 따고 싶어서"였다.
금메달과는 간발의 차로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이상호는 금메달 못지않은 의미 있는 은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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