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후미그룹 이끌며 선두그룹과의 간격 유지
(강릉=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빙속황제' 이승훈(30·대한항공)이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에는 빙속 대표팀의 막내 정재원(17·동북고)의 조력이 크게 작용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는 선수들의 기량 못지않게 전략과 눈치싸움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협공이 필수이기 때문에 결승에 같은 나라 선수가 2명 이상 진출하면 우승 가능성이 커진다.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정재원은 결승에서 특급 조력자 역할을 톡톡하게 했다.
이날 레이스 초반부터 일부 선수들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빅토르 할트 토루프(덴마크)와 리비오 벵거(스위스) 2명의 선수가 일찌감치 속도를 높여 나머지 그룹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아직 역사가 짧은 매스스타트에서는 '필승 전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처럼 초반부터 치고 나간 선수가 결국 우승하는 일도 자주 있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도 일부 선수가 초반에 선두로 치고 나갔으나 후미그룹 선수들이 눈치만 보며 속도를 높이지 않아 손쉽게 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이승훈은 제대로 스퍼트도 하지 못한 채 메달을 놓쳤다.
그러나 이번엔 정재원이 후미그룹을 이끌고 나섰다.
후미그룹 선두에서 바람의 저항을 온몸으로 맞으며 레이스를 이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17살 정재원은 맨 앞에서 여러 바퀴를 이끌며 앞 선수들과의 간격을 유지했다.
그 사이 이승훈을 비롯한 여러 선수는 유유히 따라가며 체력을 비축했다.
앞서가던 덴마크와 스위스 선수는 이내 지쳤고 3바퀴를 남기고 이승훈은 스퍼트를 시작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으나 이승훈의 스퍼트가 압도적이었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올라가는 동안 체력이 고갈된 정재원은 뒤로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을 거머쥔 이승훈은 가장 먼저 동생 정재원을 찾아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두 선수는 태극기를 들고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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