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토토가'로 17년 만에 재결합 공연…"다시 만날 날까지" 활동 여지 남겨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6천189일의 기다림 끝에 '오빠들'이 돌아왔다.
17년을 보상받기에 120분의 공연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제 3040세대가 된 팬들은 "그저 고맙다"고 울었다.
24일 MBC TV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에서는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H.O.T.의 재결합 공연이 방송됐다.
공연 전 옛날 교복, 흰 우비, 현수막을 각기 걸친 2천500명의 팬은 흰 풍선을 들고 '떼창' 하며 H.O.T.를 기다렸다.
예정된 공연 시작 시각, '세기말' 의상을 입고 무대에 나타난 H.O.T.는 첫 곡으로 데뷔곡인 '전사의 후예'를 선물했다. 첫 곡을 마친 다섯 멤버는 팬들의 환호 속에 숨을 고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각기 개성이 충만한 첫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인사를 하는 게 17년 만인데요. 리더 문희준입니다."
"쿨워터 향기가 나는 장우혁입니다. 이 자리가 너무 꿈같아요."
"리드보컬 강타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막상 기회가 오면 입이 잘 안 떨어져요."
"미국인을 맡은(?) 토니안입니다. 요새 제가 지나가면 '어, 미우새(출연 중인 SBS TV 예능 '미운 우리 새끼')다'고들 하셨는데 이제 다시 H.O.T.란 말을 듣게 돼 기쁩니다."
"막내 이재원입니다. 제 눈에는 팬 여러분도 아직 중고생 같습니다."
멤버들은 간단한 인사 후 바로 다시 무대를 이어갔다. 두 번째 곡은 1집의 히트곡 '캔디'였다. 큰 벙어리장갑과 모자, 귀마개뿐만 아니라 문희준의 특기인 파워레이서 춤, 장우혁의 망치춤도 그대로였다. 이어 2집 히트곡 '행복'과 강타가 작사·작곡해 의미가 있는 3집 수록곡 '빛'을 들려줬다. 전주만 들어도 크게 환호한 팬들은 예전의 응원 구호를 그대로 외치고 노래를 따라부르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이어 '무한도전' 멤버들이 준비한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무대와 H.O.T.가 준비한 '진짜' '위 아 더 퓨처'가 연달아 공연됐다. 이 곡은 기성세대를 향한 10대들의 울분을 담은 노래로, 멤버들은 이제 40대 '기성세대'가 됐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예전 모습 그대로 포효했다. 다음 곡도 사회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담은 '아이야!'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선보인 H.O.T.는 객석 한가운데 무대로 이동,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서로 눈시울을 붉혔다. 멤버들은 팬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팬송 '우리들의 맹세'와 '너와 나'를 들려줬다. 소녀에서 엄마가 된 팬들이 남편, 아이와 함께 기립해 노래를 따라부르자 멤버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울지 마요, 사랑해요"라고 외쳤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요." 준비된 곡들을 마친 후 이재원이 먼저 입을 뗐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그 날까지 같이 마음속에 간직해요."(토니안)
"이제 진짜 심각하게 (활동) 고민을 해보겠습니다."(장우혁)
멤버들은 저마다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120분간의 공연 후 멤버들은 "너무 행복했다. '이게 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H.O.T.를 17년간 지켜주신 건 팬들이었다"고 소감을 남기며 시간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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