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마을회관, 식당에서 승리 기원…체육관에는 1천명 모여 '헐, 화이팅'
경기 제대로 풀리지 않자 짧은 탄성…"금메달만큼 값진 은메달"
(의성=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한국을 넘어 세계로, '팀 킴' 꿈을 이룬다.", "의성군민 심장이 컬링선수와 함께 뛴다."
동계올림픽 여자컬링 한국대표팀이 스웨덴과 결승 경기를 한 25일 오전 우리나라 컬링중심지로 떠오른 경북 의성에서는 '팀 킴' 선전을 기원하는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경기 결과 아쉬게 패해 한국 컬링 사상 첫 은메달을 따자 "메달 색깔이 중요한가요. 의성군민과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어준 여자대표팀은 이미 금메달 땄습니다"고 너도나도 그동안 한국 컬링을 세계에 알린 선수 활약을 격려했다.
의성은 대표팀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 선수 고향이다.
컬링에 의성군민 높은 관심을 보여주듯 이날 응원에는 1천200여명이 참가했다.
지난 20일 미국전 때 처음으로 한 단체 응원에 300여명, 23일 일본과 준결승 때 600여명이 온 것과 비교하면 주민 수는 경기를 계속할수록 2배씩 늘어났다.
군민은 휴일인 데다 쌀쌀한 날씨에도 경기 시작 1시간 이상을 앞두고 삼삼오오 의성체육관을 찾았다.
같이 온 일행과 컬링과 관련한 대화를 하며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들은 체육관에 설치한 대형모니터에서 보여주는 지난 경기 명장면이나 컬링이 뜨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경기 장면, 컬링 경기 패러디 영상 등을 서로 보여주며 웃음꽃을 피웠다.
봉사단체나 후원단체도 응원하러 나온 군민에게 어묵이나 음료수 등을 전하며 농촌 특유 정을 나눴다.
응원장 입구나 체육관 안에는 '의성 마늘 와사비를 이겼고 바이킹을 넘자', '의성 마늘밭 언니들 대한민국이 반했다', '의성군민 심장이 컬링선수와 함께 뛴다' 등 독특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내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광림 국회의원, 남유진 전 구미시장 등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도 일찍 체육관에 나와 얼굴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 시작 전 의성군청이 섭외한 전문 사회자가 나와 신나는 음악으로 흥을 돋우며 응원 분위기를 만들었다.
세 번째 단체 응원 덕분인지 주민들은 방송 중계 내용을 듣지 않고도 '헐∼'을 외치거나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응원해야 하는 때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군민들은 우리 팀 선수가 초반 좋은 경기를 펼칠 때는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체육관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환호했다.
그러나 3엔드 이후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짧은 탄성을 짓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이번 동계올림픽 최고 유행어이자 승리를 위한 주문으로 불리는 '영미∼영미∼'를 외치며 응원했다.
의성체육관에 나오지 않은 군민도 집이나 마을회관, 식당에 모여 경기를 보며 선수들에게 승리의 기운을 보냈다.
그러나 대표팀이 스웨덴에 져 은메달에 머물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선수들이 노력을 이야기하며 높이 평가했다.
엄마와 응원장을 찾은 손현희(12·춘산초 5년)·손선희(10·춘산초 3년) 자매는 "나쁜 환경에서 열심히 운동한 언니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목이 아프게 응원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며 "은메달이더라도 그동안 노력은 전 국민 칭찬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컬링 남자국가대표팀 스킵 김창민 선수 아버지인 김만준(62·의성읍 후죽리)씨는 "우리 아들이 포함된 남자대표팀은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같이 운동한 여자대표팀이 결승전까지 올라가 너무 기뻤다"며 "여자대표팀이 결과에 낙담하기보다는 더 열심히 할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금메달이 아니라고 선수들 노력을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불모지에서 컬링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의성 딸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의성 컬링이 한국 대표 동계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컬링대표팀 메달 색과 관계없이 선수들이 해단식을 마치고 귀향하는 시기에 맞춰 무개차에 선수들을 태우고 고향 마을(의성읍 철파리·봉양면 분토리·안평면 신월리)을 돌아보는 카퍼레이드를 포함해 대규모 환영행사를 열기로 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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