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리 낙마 부총리급 양징, 재벌 샤오젠화와 연루설

입력 2018-02-25 12:19  

中 비리 낙마 부총리급 양징, 재벌 샤오젠화와 연루설
샤오젠화, 지난해 초 실종 후 지도층 '검은 거래' 자백설
태자당·공청단 세력 잇단 낙마…양회 앞두고 시진핑 세력 강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비리 혐의로 낙마한 양징(楊晶)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무원 비서장이 지난해 실종된 재벌 샤오젠화(肖建華)와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가 25일 보도했다.
전날 신화통신은 당 중앙기율검찰위원회가 양징을 엄중한 기율 위반 문제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당찰간(留黨察看·당원을 제명하지 않고 당내에 두고 관찰함) 1년과 해직 처분을 받았으며, 직위 역시 부총리급에서 장관급으로 강등됐다.
기율위는 양징이 장기간 불법 기업인 등과 교류했으며, 그의 가족이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SCMP와 명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징이 교류한 기업인이 지난해 초 실종된 샤오젠화 밍톈(明天)그룹 회장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샤오젠화는 지난해 1월 27일 휠체어를 타고 머리가 가려진 채 정체불명의 남자들에 의해 홍콩 호텔에서 모처로 옮겨졌다.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뇌물, 돈세탁, 불법 대출 등으로 수사받고 있다는 소문만 돌았다.
샤오젠화는 복잡한 지분 관계를 통해 홍콩·상하이·선전 거래소에 상장한 100여 개 기업의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중국 재계의 거물이었다.
중국 고위층 가족과 거래가 많았던 샤오젠화가 조사를 받자 그가 조사 과정에서 고위층과의 '검은 거래'를 자백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태자당(太子黨·중국 혁명원로 가족)을 등에 업고 급속한 사세 확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 완다 그룹이 최근 상가, 호텔, 테마파크 등을 매각하며 전방위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그의 자백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양징은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7번째로 낙마한 부총리급 고위 관료이며,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후 실각한 첫 부총리급이다. 또한, 낙마한 부총리급 중 유일하게 기소를 면한 관료이기도 하다.
몽골족인 양징은 38년 동안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공직 생활을 했으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네이멍구 자치구 주석을 맡았다. 이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발탁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리커창 총리가 공산주의청년단 서기를 맡을 당시인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네이멍구 공청단 서기를 맡았다. 2013년부터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무원 비서장을 맡아 리 총리의 비서 역할을 했다.
공청단 계열이자 리 총리의 직속 부하인 양징의 낙마는 다음 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의 권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이미 태자당의 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안방(安邦)보험의 경영권을 접수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마저 기소해 태자당 세력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가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조기 개최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통상 3중전회는 당 대회 다음 해 늦가을 새 지도부의 비전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개최됐으며, 이른 봄에 개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다음 달 양회에서 이뤄질 새 지도부 인선에서 시 주석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양징이 기소를 면해 다소 관용을 베푼 것으로 보이지만,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은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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