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없어 우글거리는 멧돼지…농작물 피해주고 사람도 공격

입력 2018-03-04 08:10  

천적없어 우글거리는 멧돼지…농작물 피해주고 사람도 공격
순환수렵장 중단까지 더해 개체 급증…충북 작년 4천117마리 포획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군 마로면에 사는 김모(69)씨는 며칠 전 텃밭을 둘러보다가 송아지만한 멧돼지와 마주쳤다.
밭둑을 어슬렁거리던 멧돼지를 보자마자 재빨리 원두막 위로 몸을 피해 화를 면했지만,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김씨는 "최근 멧돼지가 먹잇감을 찾아 민가나 농경지로 내려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며 "외딴집이나 마을과 멀리 떨어진 농경지는 대낮조차 혼자 출입하기가 꺼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멧돼지 개체수가 불어나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늘고 있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1천429건 169만6천㎡에 달한다. 전년도 696건 97만4천㎡에 비해 건수는 105.3%, 면적은 74.2% 늘었다.
일선 시·군이 현지 확인을 거쳐 보상해준 금액도 8억2천200만원으로 전년 4억7천200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주범은 단연 멧돼지다.
지난해 충주시에 접수된 160건의 농작물 피해신고 중 75%(120건)는 멧돼지로 인한 것이다. 고라니(28건)와 조류(12건)는 일부에 그쳤다.
멧돼지는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천적이 따로 없어 해마다 개체수가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국내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5.6마리다. 전년도 4.9마리, 5년 전 4.3마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좁은 구역에 멧돼지가 우글거리다 보니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들이 도심까지 내려오는 일도 잦다.

지난해 11월 29일 자정 무렵 청주시 상당구 용정동의 한 주점에 덩치 큰 멧돼지 1마리가 난입해 내부를 마구 휘젓고 다니면서 식탁과 유리창 등을 부쉈다. 당시 한 손님은 의자를 들고 멧돼지와 맞서다가 손가락 등에 부상을 입었다.
이로부터 열흘 뒤 청주시 옥산면의 한 상가 건물에도 몸무게 130㎏짜리 거대한 멧돼지가 뛰어들어 집기 등을 파손했다. 이 멧돼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엽사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비슷한 시기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멧돼지 4마리가 떼지어 나타나 주민들을 놀라게 한 뒤 산으로 달아났다.
당국은 멧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문 엽사들로 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조직해 운영하면서 개체수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도내에서 4천117마리의 멧돼지를 붙잡았다. 2015년 512마리, 이듬해 1천548마리와 비교하면 해마다 3배 가량 급증하는 셈이다.
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한 탓도 있지만, 2016년 겨울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때문에 순환수렵장 운영을 중단한 것도 멧돼지 개체수를 늘린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내 시·군은 멧돼지를 포획하는 엽사에게 마리당 3만∼7만원의 포획수당을 지급한다. 그러나 피해가 줄지 않자 괴산군과 영동군 등은 지난해 집중 포획 기간을 따로 운영하면서 수당을 10만원까지 올린바 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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