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도 없이 3연임 이상 노려…'중국몽' 실현에 "10년은 부족"
시진핑 장기집권, 세계 패권질서·주변국 정세에 큰 변수 될 전망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줄곧 1인 권력체제를 다져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집권 포석까지 마련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중앙위원회가 국가주석 임기를 2연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토록 한 것은 시 주석이 사실상 3연임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2012년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은데 이은 이번 조치는 설로만 떠돌았던 시 주석의 장기집권 가능성을 현실화했다.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마오쩌둥(毛澤東) 유일 체제의 폐단 끝에 덩샤오핑(鄧小平)이 구축한 집단지도체제를 깨고 다시 '1인체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오쩌둥이 유일 체제 속에서 문화대혁명이라는 씻지 못할 역사적 오류를 저지른 데 대해, 덩샤오핑은 자신은 물론 그 이후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를 거치면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토록 했으나, 시 주석이 이를 깨고 다시 절대권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내에선 시 주석 집권기에 다시 유일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 현재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 이외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뺀 5명은 모두 시 주석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시 주석 측이 흘리는 장기집권의 필요성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추진을 위해서는 10년 임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50년까지 미국에 맞선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진핑 집권의 장기화는 세계 패권질서와 주변국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은 현행 헌법 규정은 국가주석은 2개 임기에 걸쳐 10년으로 제한되고 3연임은 금지하고 있다.
내달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안대로 3연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정이 삭제되면 시 주석은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2022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국가주석직을 또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대회에서도 당 내부 관례나 불문율을 깨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 집중해왔다.
전임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과 달리 임기 중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을 당장(黨章·당헌)에 삽입시켜 마오쩌둥·덩샤오핑 급(級)의 권위를 꿰찬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후계지도자의 '격대지정(隔代指定)' 전통을 깨고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10년 임기'의 불문율을 무시하고 3연임을 통한 15년 집권의 길을 트기도 했다.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퇴진시키는 대신 일부 정치국 위원은 68세 정년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퇴진시켜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왕 전 서기는 내달초 개막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여기에 집권 2기의 지도부에 '시자쥔'(習家軍·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을 대거 진입시켜 '1인체제'를 구축했다.
시 주석은 당권, 군권을 확고하게 장악한 것에서 나아가 헌법으로 눈을 돌려 국가권력 측면에서 자신의 비전과 권위를 심화 중인 단계다.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삽입시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공산당이 이번 임기조항 개정과 당정기구의 구조개혁 문제를 논의할 회의를 또다시 치르기로 한 것도 이례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가 26∼28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의 주재로 개최키로 했다. 열리는 것은 시 주석의 권력강화 행보와 관련해서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통상 당 대회 다음 해 늦가을에 열렸던 3중전회를 양회 직전 이른 봄에 개최함으로써 지난 4개월여 사이 세 차례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여는 셈이 됐다.
이는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장기집권 의지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 주석이 중국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자리인 국가주석에 이어 당의 최고위직인 총서기나 군 통수권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의 임기 문제에도 손을 댈 가능성이 없지 않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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