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평창올림픽 성공 딛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

입력 2018-02-25 20:57  

[연합시론] 평창올림픽 성공 딛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

(서울=연합뉴스) 전 세계인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쏠린 가운데 열전에 돌입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수많은 감동과 환희와 좌절의 순간을 뒤로한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인 92개국, 2천920명의 선수가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만 17일간 기량을 겨뤘다. 쇼트트랙에서 세계신기록이 두 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신기록 15개 나와 대회 규모와 내용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17개의 메달을 땄다. 종합성적은 7위였다. 금 8개, 은 4개, 동 8개로 종합 4위에 오른다는 당초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소 아쉽지만 모두 선전했다. 사상 처음 동계올림픽의 6개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딴 것은 특히 의미가 있다. 동계스포츠 종목에서 눈부신 도약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에도 걸출한 올림픽 스타들이 탄생했다. 우열을 따질 수는 없지만, 아시아 선수 최초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의 윤성빈을 먼저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불모지에서 짧은 기간에 캐낸 금메달인 데다가 듬직한 체구로 국민 앞에 큰절을 올리는 진솔함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구 5만의 경북 의성에서 올림픽 은메달의 기적을 일궈낸 여자 컬링팀도 또 하나의 '올림픽 신화'가 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강의 팀워크로 세계 강호를 연파한 이들 '갈릭걸스(마늘소녀)'를 "금메달은 놓쳤어도 올림픽 컬링 영웅들"이라고 칭찬했다. 한 선수가 넘어져 한 바퀴 가까이 뒤처지고도 올림픽 신기록으로 대역전의 금메달을 거머쥔 여자 쇼트트랙 계주팀도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어떤 일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 뇌리에 심었다. 또한, 남자 매스스타트 금메달로 개인 통산 5번째 올림픽 메달(금3·은2)을 기록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철인' 이승훈이나, 500m 은메달로 아시아 최초의 3개 올림픽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한 스피드스케이팅 '여제' 이상화, 실격의 아픔을 딛고 쇼트트랙 여자계주에서 2관왕에 오른 최민정, 우리 선수단에 첫 금메달의 낭보를 전한 쇼트트랙의 임효준 등도 국민 영웅으로 우뚝 섰다. 이밖에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은메달)리스트가 된 스노보드의 이상호를 비롯해 아직 박수받을 선수는 많다. 하지만 꼭 메달을 딴 선수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은 그 자체로 비길 데 없이 소중하다.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진심으로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상황인지라 '평화 올림픽'의 기치도 높았다. 결정적 급반전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였다. 숨 가쁜 남북 조율을 거쳐 개막식 공동입장과 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성사됐다. 급히 꾸려진 단일팀의 성적은 5전 전패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그 의미는 성적을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컸다. 남과 북의 정치 이념을 뛰어넘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의 상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에게도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못지않게 관심을 끌었던 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과 남북 대화 분위기 고조였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특사로 방문한 김여정 당 제1부부장한테 눈과 귀가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한다는 김 위원장의 뜻이 전달했을 때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나왔으니 망외의 큰 소득이었다. 막판에 무산됐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제1부부장 간의 회동도 성사 직전까지 갔다. 이렇게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북미 간 대화 가능성까지 타진된 것은 평창올림픽 이전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살린 대화의 불씨를 '횃불'로 키워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중도에 꺼뜨리면 어둠 속 역풍이 더 거세질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문화강국' 이미지를 세계만방에 각인한 것도 이번 올림픽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문화코드로 대회 전반을 관통한 'K팝'이 그 선봉에 섰다. 'K팝'의 위력은 미국의 폐막식 사절로 방한한 '퍼스트 도터' 이방카와 러시아 피겨요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의 찬사로 거듭 확인됐다. '인면조(人面鳥)'로 눈길을 사로잡은 개막식도 우리의 문화적 저력을 과시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이유에서 IOC는 평창올림픽에 크게 만족한다"면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남북 공동입장을 대회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그는 "스포츠를 넘어서는 평화 메시지를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전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젠 정치가 IOC와 스포츠를 넘어 평화 대화를 이어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성공적으로 종료한 평창올림픽에 거는 세계인의 기대와 희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우리다. '평창 이후' 한반도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가 눈앞의 과제로 다가서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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