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 입장에 文대통령·김영철·이방카 모두 일어나 박수
예정에 없던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김영철 한자리 건너 착석
김영철은 행사 10여 분 앞두고 먼저 자리 떠 서울 숙소로 이동
이방카, 엑소 만나 "내 아이들이 팬…이렇게 만나다니 믿을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개회식 때와 마찬가지로 남북 선수단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이날 오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폐회식에 참석해 대회를 마친 92개국 선수단의 선전을 치하했다.
'TEAM KOREA'라는 문구가 팔에 새겨진 패딩점퍼를 입은 문 대통령은 강원도의 산과 들, 올림픽 경기장 등의 추억을 상징하는 투명 '스노우볼'을 든 어린이를 따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스타디움 귀빈석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든 다음 앞줄에 앉아 있던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이희범 대회 조직위원장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어 뒷줄에 앉아 있던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김명수 대법원장과도 악수했다.
관심이 집중됐던 김영철 부위원장과 이방카 보좌관 간 악수는 없었고 서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방카 보좌관과 악수할 때 김 부위원장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악수할 때 이방카 보좌관은 시선을 다른 곳에 뒀다.
개회식 때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 부부장이 서로를 외면하며 연출된 냉랭한 분위기가 폐회식에도 이어진 셈이다.
악수를 마치고 착석한 문 대통령의 왼편으로는 김 여사와 이방카 보좌관, 류옌둥 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이 차례대로 앉았다.
문 대통령의 뒤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앉은 가운데 그 왼편으로 통역과 브룩스 사령관, 이진성 헌재소장, 김영철 부위원장이 순서대로 자리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귀빈석에 초대된 인사 명단에 없었으나 폐회식을 앞두고 김 부위원장과 한 자리 건너 앉았다. 브룩스 사령관이 어떻게 귀빈석에 앉게 됐는지 정확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귀빈들은 각국 국기를 든 선수들이 축제 분위기 속에 입장하자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환영했다.
태극기를 든 우리 선수들과 인공기·한반도기를 든 북한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관중석과 마찬가지로 귀빈석의 분위기도 더 달아올랐다.
문 대통령 내외와 바흐 위원장 내외, 이방카 보좌관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 손뼉을 쳤고 이진성 헌재소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등도 함께 일어나서 박수를 보냈다.
이후 귀빈들은 화려한 문화공연들을 감상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아이돌 그룹 엑소의 공연 때 고개를 흔들며 리듬을 타기도 했다. 김정숙 여사는 그런 이방카 보좌관과 종종 밝은 표정으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 베이징이 소개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폐회사에 나선 바흐 위원장이 우리말로 "수고했어요 평창"이라고 인사하자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보여준 문 대통령의 모든 노력과 결단력에 감사드린다'는 바흐 위원장의 말에 김정숙 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행사 종료를 10여 분 정도 남긴 오후 9시 55분께 먼저 자리를 떠 별도의 장소에서 행사를 지켜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대표단 일행과 서울의 숙소로 이동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방카 보좌관은 이날 공연을 한 엑소와 가수 씨엘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해 행사 후 별도의 접견실에서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이들과 인사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우리 아이들이 (엑소의) 팬이다"라며 "이렇게 만나 믿을 수 없다(incredible)"는 말로 놀라움을 감치지 못했다.
엑소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전해 달라며 향초와 방향제를 건네면서 미국 공연에 아이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공연이 언제인지 물으며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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