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물결' 평창올림픽 폐회식 2시간 이어져
라이브 드론쇼·베이징 장이머우 감독 8분 공연 등 시선집중
조화와 융합 통한 공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평화의 메시지
(평창=연합뉴스) 이웅 기자 = 17일 동안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싸운 겨울스포츠 제전의 끝은 춤이고, 노래고, 축제였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열린 올림픽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92개국 2천900여 명의 선수들과 900여 명의 출연진, 3만5천 명의 관람객들은 한순간 경쟁도, 승부도, 동과 서, 남과 북, 반목과 갈등, 분쟁을 모두 잊은 채 원래 그랬던 것처럼 하나로 어우러졌다.
한겨울 밤 은빛 설원의 대관령 골짜기에 모인 각국 사람들을 하나로 이은 것은 다름 아닌 춤과 음악, K팝이었다.
25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은 조화와 융합을 통한 공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한국적인 색채와 혁신적인 현대 예술을 결합해 주조해냈다.
짜임새 있는 공연이 그려낸 폐회식의 주제는 '미래의 물결(The Next Wave). 낡은 틀을 깨뜨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을 뜻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산업혁명이 만드는 희망찬 미래, 그 미래를 앞장서 이끌겠다는 우리의 포부도 담겼다.
공연은 올림픽스타디움의 원형 무대 위에서 강릉 아이스아레나,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정선 알파인 등 열전을 치렀던 경기장을 표현하는 숫자들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됐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한 사람들이 빙상과 설상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형상화하다, 어느새 커다란 오륜을 완성해내자 관람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잠시 뒤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하고, 대관령 아이들 23명이 들고온 태극기가 내걸리자, 구성진 목소리의 소리꾼 장사익과 아이들이 합창하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미래를 상징하는 소년이 성화대 아래의 높은 무대에서 전자기타를 연주하자 배우 이하늬가 추는 춘앵무의 느린 춤사위가 대비를 이뤘다. 거문고와 전자악기들의 다른 듯 어울리는 현란한 선율 속에 무용수들이 현대무용을 선보이는 사이 관람석 한켠의 가파른 슬로프에선 역동적인 루프댄스가 연출되고 어느새 무대 중앙의 공중에는 거대한 기원의 탑이 섰다.
그리고 선수 입장. 92개 참가국 깃발이 한꺼번에 등장해 무대 중앙에 늘어서자 국가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입장해 자리를 잡을 때 신나는 창작 판소리가 흥을 돋우고, 무대를 동그랗게 둘러싼 도우미(자원봉사자)들이 흥겨운 율동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선수 입장이 마무리될 때쯤 올림픽스타디움 위 하늘에선 '라이브 드론쇼'가 펼쳐졌다. 수백 대의 드론이 밤하늘에 수호랑과 하트를 수놓자 관람석에선 환호성이 울렸다.
그리고 잠시 올림픽에 함께하지 못한 누군가를 추모하는 행사가 상여 행렬을 모티브로 한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됐다.
남녀 크로스컨트리 스키 시상식에 이어 다시 원형무대를 캔버스 삼아 쉴새 없이 화려한 빛그림을 그려대는 강렬한 미디어아트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표현하는 듯한 현대무용이 결합된 전위적 공연이 이어졌다.
K팝 공연의 첫 테이프는 걸그룹 투애니원(2NE1) 멤버 출신인 가수 씨엘이 끊었다. 씨엘은 횃불을 든 20명의 댄서와 함께 도발적인 솔로 데뷔곡 '나쁜 기집애'로 무대를 연 뒤 투애니원의 히트곡 '내가 제일 잘 나가'로 열심히 싸운 선수들을 북돋웠다.
올림픽기를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으로 전달하는 행사에 이어 기대를 모았던 거장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연출한 8분간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은 팬더가 이끄는 스케이트를 탄 무용수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두 팀으로 나뉜 무용수들은 스케이트를 타면서 중국의 매듭, 드래곤, 봉황 날개 등 아름다운 상징들을 바닥에 그려냈다.
무대 중앙에선 원격으로 조종되는 대형 투명디스플레이들이 군무를 펼치듯 움직이며 당대 중국이 이룩한 하이테크 기술의 성과들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상 메시지로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전 세계에 알렸다.
"수고했어요 평창"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인사말을 하면서 한국어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뒤이어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무대가 이어졌다. 전통 타악기 꽹과리와 전자 드럼의 비트에 따라 엑소 멤버 카이의 독무가 시작되고, 사륜 자동차를 타고 무대 가운데 등장한 8명의 엑소 멤버들이 히트곡 '으르렁'을 선보이자 관람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40여 명의 댄서들과 함께 인기곡 '파워'를 이어 부를 때 하늘에서 불꽃 쇼가 펼쳐졌다.
개회식의 주인공인 강원도의 다섯 아이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들은 초대형 선물 상자를 이끄는 스노모빌과 열 마리의 수호랑과 함께 등장해 평창에서 펼쳐진 17일의 여정이 담긴 추억을 선물했다. 울고 웃던 추억을 뒤로 한 채 성화의 불은 사그라들었다.
폐회식의 피날레는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흥겨운 축제로 장식됐다.
오각의 올림픽스타디움 가득 채운 음악과 3만5천개 좌석마다 설치된 LED등에서 뿜어내는 화려한 조명은 거대한 클럽을 방불케 했다.
세계적인 DJ 마틴 개릭스와 우리나라 DJ 겸 프로듀서 레이든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EDM(일렉트로댄스뮤직) 사운드는 참가 선수들과 모든 공연의 참가자들, 그리고 관람석의 관객들이 뒤섞인 춤판을 만들어냈다. 어느새 무대에 등장한 인면조까지 흥겨운 춤판에 동참했다.
그렇게 17일간의 축제는 막을 내렸다.
"2022년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요."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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