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미얀마 인권탄압 아직도 심각…견딜 수가 없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난민 송환 협약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로힝야족 난민의 행렬이 끊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6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와의 접경 지대에 있는 난민 캠프에는 현재도 매일 적게는 수십 명에서 200명에 이르는 로힝야족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2천500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었다고 전했다.
유엔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로힝야족 난민을 미얀마 라카인 주로 돌려보낸다는 협약을 체결한 작년 11월 23일 이후 거의 7만 명의 난민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난민들은 라카인 주에서 여전히 심각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다고 진술했다.
최근 난민 캠프에 합류한 로힝야족 중 한 명인 누르 모하마드는 불교도 민병대가 마을을 포위하고 집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미얀마-방글라 국경인 나프강을 건넌 에나예툴라도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며 지금껏 남아 있었지만, 수 주 전부터 군경이 (젊은이들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10명이 잡혀갔는데 돌아온 건 한 명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도 미얀마 군경에 의해 불태워졌다면서, 결국 형제들과 함께 피난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WR)는 미얀마 정부가 작년 11월 이후 로힝야족 마을 55곳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마을 중 2곳은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 대규모 유혈사태의 와중에도 방화 등 피해가 없었던 멀쩡한 마을이었다고 HWR은 주장했다.
미얀마 정부는 난민 거주지 건설 및 재건을 위해 불에 탄 로힝야족 마을을 철거했다는 입장이지만, 로힝야족과 인권단체들은 미얀마군이 자행한 '인종청소'의 증거를 지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법체류자로 취급돼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미얀마 정부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족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면서도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난민 캠프의 로힝야족 지도자들은 미얀마로의 송환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송환 반대 움직임을 주도해 온 난민 중 한 명인 모하마드 엘리아스는 "돌려보내진다면 고문을 당하다 살해될 것이다. 차라리 무슬림식 장례식이라도 치를 수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죽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화 상태에 이른 캠프 역시 난민들에게는 안전한 장소가 되지 못하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 캠프에선 지난달 말까지 4천800여명의 디프테리아 환자가 발생해 35명이 숨지는 등 각종 전염병이 만연할 조짐을 보여왔다.
매년 4월부터 시작되는 태풍 시즌이 되면 인도양에서 발생한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산사태와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난민 20만명을 안전한 지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제때 이동이 마무리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런 위험에도 로힝야족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에나예툴라는 "최소한 여긴 충분한 식량이 있고, 우릴 죽이거나 고문하려는 이들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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