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무궁무진…국악 사랑받길"…"외국선 방탄소년단팬이 국악 즐기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전통음악 기반의 포스트 록 밴드 '잠비나이'와 퓨전 국악 밴드 '두번째 달'은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아이돌 중심의 'K팝'과는 또 다른 감성의 한국적 소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6일 잠비나이의 소속사 더 텔 테일 하트의 김형군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잠비나이가 해외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걸 인정받은 것 같다"며 공연 막전막후를 소개했다.
잠비나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한 이일우, 김보미, 심은용이 주축이 돼 2010년 결성된 팀이다. 2014년 세계 최대 규모 음악 축제인 영국 글래스톤베리페스티벌에 초대될 정도로 해외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폐회식에서 강원도 화천 출신의 13세 기타리스트 양태환, 80명의 거문고 연주자들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와 '소멸의 시간'을 연주했다. '소멸의 시간'은 잠비나이 오리지널 곡으로 원일 음악감독과 재즈 밴드 프렐류드의 한웅원이 함께 편곡했다.
김 대표는 "1년 전인 2017년 초 섭외 연락을 받았다. 원일 음악감독이 장유정 폐회식 총연출에게 아이디어를 줬다고 들었다"며 "'소멸의 시간'은 발표한 지 5년 정도 됐고 평소 연습량이 워낙 많았던 만큼 공연 준비가 크게 힘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아이돌 음악이 K팝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돌 음악과 그 밖의 소리를 구분짓는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 팬이 잠비나이도 좋아하고, 잠비나이 팬이 레드벨벳을 좋아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번 무대를 통해 한국에 무궁무진한 음악 장르가 살아있고, 그 자체가 K팝이라는 게 알려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독특했던 의상은 이주영 디자이너의 브랜드 '레쥬렉션'을 입은 것"이라며 "블랙아이드피스, 마릴린 맨슨, 레이디 가가 등 뮤지션들이 선호하는 옷인데, 잠비나이의 느낌을 잘 살려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밴드 '두번째 달'은 폐회식에서 92개 올림픽 참가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매혹적인 판소리 공연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은 '토끼와 거북이', '빙상 선수들', '설상 선수들', '평창 이야기', '놀아보세', '쾌지나 칭칭' 등 총 6곡의 창작 판소리를 선보였다. 우화를 모티프로 한 '토끼와 거북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올림픽 정신을 살려 만들었다.
김현보(기타), 조윤정(바이올린) 박진우(베이스) 백선열(드럼) 최진경(건반) 이영훈(기타) 등 두번째달 멤버 6명에 소리꾼 김준수·김율희가 합류했으며, 조정현(트럼펫)과 박경건(트럼본)이 풍성한 소리를 보탰다.
두번째 달의 김현보(기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는 세계의 민속음악을 재미나게 연주해보자고 모인 팀"이라며 "2년 전 '판소리 춘향가'라는 앨범을 냈는데, 이를 유심히 들은 장유정 총연출로부터 작년 9월쯤 섭외 연락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인디밴드고 이런 종류의 행사를 많이 하던 팀이 아니어서 반가우면서도 얼떨떨했다"며 "의미 있는 일에 기여하게 돼 정말 뜻깊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수단 입장 때 저희 기존 음악을 메들리로 엮어서 들려드리려 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아예 새로 판소리를 만드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마지막 곡으로 '강강술래'를 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좀 더 신나게 남북 선수단이 입장할 수 있도록 '쾌지나 칭칭'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현보는 "오늘날 한국 아이돌 음악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건 한국인이 여기에 맞춰 춤추고 노는 걸 외국에서 흥미롭게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국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먼저 즐기지 않는다면 외국에서도 우리 소리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악에는 숨어있는 재미와 즐거움이 참 많다. 그런 재미를 알리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번째달은 3월 17∼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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