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우주선 발사 이전 실시한 우주비행 동물실험 내용 공개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중국이 지난 1960년대 동남부지역의 한 비밀 군사기지에서 강아지 2마리를 각각 실험용 로켓에 태우고 두 차례 우주비행 동물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6일 중국과학원이 무술년 개의 해를 맞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1960년대 강아지 우주비행 동물실험을 위한 비밀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샤오바오(小豹·작은 표범)'라고 불리는 2살짜리 강아지를 우주로 보낸 것은 1966년 7월15일이다. 과학자들은 당시 샤오바오를 바구니에 담아 T-7A 로켓에 장착된 조그만 캡슐 안에 올렸놓았다.
강아지 샤오바오는 안후이(安徽)성 광더(廣德)현에서 동물 서커스에서 이름을 날렸던 100여 마리의 스타 강아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선발대회에서 우주비행 실험 대상으로 선정됐다.
중국 과학자들은 외모가 귀여워야 한다면서 먼저 인상을 봤으며 100㏈(데시벨) 이상의 소음 견디기와 밀실 가두기 등의 시험을 거쳐 '샤오바오'와 3살짜리 '산산'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과학자는 강아지를 로켓에 탑승시키면서 선발할 때 아주 중요한 요인을 묵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샤오바오는 지상에서 20층 빌딩 높이의 로켓으로 인양되는 순간 고소공포증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강아지 조련사 자오슈화는 깜짝 놀라 온몸을 흔드는 강아지를 로켓의 이륙용 승강구에 안전하게 진입시키기 위해 투쟁을 벌였다고 술회하고 샤오바오의 눈에서 공포감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모니터링 기기가 장착된 로켓 캡슐 속에 샤오바오를 넣어 로켓을 발사, 각 비행 단계별로 샤오바오의 호흡, 혈액 순환, 심장 박동, 체온 변화를 측정했으며 뇌 혈류 공급량을 측정하기 위해 목동맥에 센서도 주입했다.
캡슐 속에 갇힌 샤오바오는 이륙과 동시에 20여 분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귀를 찢는 소음을 견뎌야만 했으며 로켓 가속의 힘은 지구 중력의 최고 12배까지 달해 심장 박동이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만 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지구 궤도 도달 20여㎞를 앞둔 해발 고도 80㎞ 상공에서 캡슐을 로켓에서 분리해 낙하산을 펼친 뒤 발사지점인 군사기지에서 40㎞ 떨어진 산악지역에서 샤오바오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이들은 2주일 뒤 산산을 T-7A 로켓에 태워 우주비행 실험을 실시했으나 상황은 더 나빴다. 로켓 엔진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모니터링 장비가 손상되고 말았다. 두 차례 모두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산산은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샤오바오와 산산을 베이징으로 불러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중국이 생물학적 자료를 얻기 위해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기 전 큰 동물실험을 한 것은 당시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이들 강아지가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2마리의 강아지들은 우주인이었다면 쉽게 상처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었던 냉혹한 조건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여러 차례 동물실험을 한 미국이나 러시아와는 달리 더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기로 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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