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미국이 부러워하는 '한국인 기대수명'

입력 2018-02-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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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미국이 부러워하는 '한국인 기대수명'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을 두고 한국과 미국의 운동선수가 경쟁하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이미 한국인들이 (미국을) 이기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매체 복스(VOX)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10일 내보낸 기사의 머리글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미국인보다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되고, 이런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왜 한국인들이 이제는 미국인들보다 더 오래 살까. 왜 앞으로도 더욱 오래 살 것인가"라며 진지한 물음표를 던졌다. 미국의 기대수명이 한국과 달리 점점 짧아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기반한 것이다.
사실 이 기사에 인용된 연구결과는 새롭지 않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저명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지난해 발표한 '구문'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세계 35개 국가의 미래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분석한 결과,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2010년 84세에서 2030년 91세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88.55세), 일본(88.41세), 스페인(88.07세), 스위스(87.07세) 등 국가의 여성도 기대수명이 높은 편에 속했지만, 한국 여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2030년 출생자 기준으로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인 84.07세였다. 오스트리아(84.00세), 스위스(83.95세), 캐나다(83.89세), 네덜란드(83.69세) 등이 그 뒤를 바짝 뒤따랐다.
반면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한국은 물론 유럽 국가보다도 크게 뒤처졌다. 조사 당시 기준으로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76세, 여성은 81세였고, 2030년에도 남성 79세, 여성 83세로 체코 남성과 멕시코 여성 수준에 맞먹는 수준으로 비교됐다. 2030년만 보면 한국인 대비 남성은 5세, 여성은 8세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복스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 미국의 기대수명 역전현상(?)에 주목했다. 1960년까지만 해도 55세를 넘겨 살 거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한국인들이 이제는 기대수명 80세 이상으로 미국인보다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전망이 믿기지 않는다는 투였다.
그 이유로 복스는 미국이 휘청거리는 동안 한국이 자국민들에게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온 점을 꼽았다. 이를 통해 영아 사망률과 심혈관계 질환(특히 뇌졸중), 위암 등이 감소함으로써 기대수명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자국민에게 보편적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건강 불평등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또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동안 음주, 약물 사용, 정신건강장애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늘어나고, 비만율과 살인율, 영아·산모 사망률 등이 높아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논문의 저자인 임페리얼컬리지런던 베넷(Bennett) 연구원도 이런 의견에 힘을 보탰다.



베넷은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료서비스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은 많은 것을 제대로 해냈다(Korea got a lot of things right)"며 "한국은 전 국민에 걸쳐 매우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시각처럼 한국사회는 정말로 '매우 공평'해서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것일까. 하지만 기대수명 증가와 연결지어 이 부분에 공감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성인 600명 중 67.7%는 사회계층 간, 지역 간 건강불평등이 있다고 답했다. 성인 10명 중 7명 가까이가 기대수명이 미국을 추월한 지금도 건강불평등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의료 전문가들도 복스의 분석에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늘어난 건 미국에 비해 평등한 의료서비스 때문이라기보다는 건강에 대한 한국인들의 높은 관심과 낮은 의료수가에 바탕을 둔 높은 보장성과 접근성 그리고 우수한 의료인들의 숙련된 의술이 의료수준을 크게 향상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윤 교수는 "기대수명이 현실이 될지는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지금까지와 같은 보장성과 의료인력의 우수한 의술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근본적인 의료개혁과 재정지원 없이 보장성만 확대해서는 예상하는 기대수명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30년에 태어나는 한국인 아이들의 기대수명이 미국이 부러워하는 것처럼 남성 84세, 여성 91세에 도달할지 두고 볼 일이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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