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이후 국제사회에서 언급은 처음…日 의식 '일본' 거론은 피해
북에는 인권 개선·핵 포기 촉구하며 이산가족 상봉 제안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한 제37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한 뒤 국제무대에서 정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이후 합의 내용에 따라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돼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피해자, 가족, 시민단체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의 세대가 역사의 교훈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전시에 자행되는 성폭력을 은밀하고 지속해서 이루어져 온 범죄라고 비판했다.
강 장관은 또 북한에 대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것도 촉구했다.
강 장관은 "수많은 결의와 권고에서 채택된 것처럼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군사안보와 인권 문제에서 지금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고 있고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듯 북한 인권 문제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대신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했고 핵, 미사일 중단 촉구도 유엔이 채택한 결의안 수준을 넘지 않았다.
외교부 장관으로서 처음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 나선 강 장관은 각국 정부가 시민사회와 연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한국이 평화적인 시위로 새 정부를 꾸린 사례를 언급했다.
강 장관은 시민사회 운동을 각국이 협력자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달 11일 별세한 파키스탄의 인권 운동가 아스마 자한기르 같은 용감한 사람들이 기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터져 나온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면서 이런 운동이 결국 성 평등을 위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또 전날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심각한 북한 인권 문제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27일에는 유엔 제네바 사무국에서 열리는 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에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