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연구 권위자 이영준 교수가 엮어…시 22편 등 추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풀'로 유명한 김수영(1921∼1968) 시인의 50주기를 기념해 현재까지 나온 그의 모든 작품을 망라한 전집이 민음사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기존에 시 편과 산문 편 두 권으로 묶여 나온 김수영 전집은 1981년 초판 출간 이후 시 편이 63쇄, 산문 편이 47쇄 중쇄되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더 많은 작품을 담아 새롭게 정리한 결정판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김수영 연구의 권위자이자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의 편자인 이영준 교수가 이번 전집을 엮었다.
이 교수는 시인의 동생이자 전 현대문학 편집장 김수명 씨가 편집한 1981년판과 2003년판 전집, 이 교수가 2009년 펴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시인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비롯해 오랜 시간 김수영 연구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해 정본 확정 작업을 진행했다. 2003년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들을 바로잡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미발표 시와 미완성 초고 시까지 더해 김수영 작품을 총망라했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시는 '음악', '그것을 위하여는', '태백산맥', '너…세찬 에네르기' 등 새로 발굴된 시 4편과 '겨울의 사랑', '연꽃', '"김일성 만세"' 등 미발표 시 3편, '애(哀)와 낙(樂)', '탁구', '대음악', '승야도', '은배를 닦듯이', '바람'과 제목이 없는 시 아홉 편 등 15편을 모두 합쳐 총 22편이다.
특히 이념적 금기에 맞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노래한 시 '"김일성 만세"'는 당시 어느 출판사와 잡지사도 실어주지 않아 발표되지 못하다 2008년 뒤늦게 발굴돼 알려졌고 전집에 처음 실리는 시여서 눈길을 끈다.
"'김일성 만세'/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아울러 22편의 산문과 21편의 일기, 1편의 편지 등 2003년 개정판 출간 이후 발굴된 글이 추가됐다. 특히 시인이 한국전쟁 중 북으로 끌려갔다 탈출한 뒤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사정을 설명하는 산문은 그동안 시인의 삶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포로수용소 시절에 관해 설명해준다.
4·19 혁명에 이어진 5·16 군사 쿠데타의 폭압을 목도하며 괴로워한 시인은 사회 비판과 지식인의 고뇌를 시로나마 표현했으나, '풀'을 쓴 뒤 보름 남짓 만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은 생전에 김수영에 관해 "그의 시가 노래한다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절규한다"라고 표현했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이번 전집의 추천사로 "김수영의 시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학 속의 가장 벅찬 젊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사랑에 미쳐 날뛸 날'과 같은 초현실주의적 환희의 비전에 낭만주의적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그의 젊음을 얘기하는 것은 그가 낭만주의자였다고 시사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우리 시대의 가장 탐구적이고 가장 준열하고 우상파괴적이며 가장 유연한 시적 양심이었음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썼다.
이번 책을 엮은 이영준 교수는 1980∼90년대 민음사 편집주간으로 일하다 1997년 도미, 김수영 연구로 하버드대학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영문 문예지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영어권 독자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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