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기구하게 살아온 제 인생의 마지막을 충남대에 기록하고 싶었어요."
이영숙(69) 여사가 충남대학교에 11억원 규모의 부동산·현금을 기부하며 한 말이다.
이 여사는 27일 오후 대학에 대전 동구에 있는 5억원 상당의 건물 2채와 예금·적금·보험 등 6억원 상당의 현금을 발전기금으로 냈다.
이미 이달 초 건물 2채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고, 예금·보험 등 현금 자산은 해지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이 여사는 인생 대부분을 대전에서 살면서 국립대인 동시에 충청권에서 가장 큰 대학이 충남대라서 자신의 전 재산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전 재산 기부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사립대, 복지기관 등에서 많은 접촉이 있었지만, 결국 충남대를 택했다.
이 여사는 칠십 평생 기구한 삶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출산 후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 배다른 형제들과 함께 사는 일은 지옥과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모진 구박과 폭력에서 벗어나 살기 위해 집을 나왔고, 17살 때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결혼도 하고 1남 1녀의 자식도 낳았지만, 집안의 갈등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생활을 위해 분식·칼국수 집 등 어떤 일도 마다치 않았다.
다행히 이 여사의 근면·성실하고, 선한 성품 덕분에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삶을 꾸려갔다.
이 여사는 몇 년 전 식도암이, 최근에는 폐 관련 질환까지 생겨 차근차근 인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여사는 "배움에 대한 갈망도 많았지만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며 "평생 모은 재산이 학생들에게 전해져 제 이름이나마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은 '이영숙 장학기금'을 만들어 재학생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여사의 병원비를 포함해 향후 장례 절차까지 돌볼 계획이다.
오덕성 총장은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해 주신 데 대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여사님의 뜻깊은 기부정신은 충남대 학생들은 물론 청년들에게 전해져 두고두고 여사님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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