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표현으로 충분"…헌법학회 주최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정치학계 석학이자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개헌 논의의 핵심인 헌법전문 개정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27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헌법전문과 민주이념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통해 이러한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국 정치를 움직이는 진보, 보수 간의 갈등이나 불편함을 전문개정을 통해 불러들일 필요가 없다"면서 "민주주의하에서 정치세력 간 갈등, 타협, 협력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실체적 내용은 헌법의 조문이나 규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현재 개헌 논의의 대상이 되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이나 기본권, 시민권의 가치는 지금 헌법전문에 담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라는 말을 통해 간결하게 표현됐다"며 "현행헌법의 전문은 적어도 본 강연자의 관점에서는 개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주제발제에서는 개정 헌법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을 각각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져 대조를 이뤘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인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한국은 민주공화헌법체제의 기본이념과 정신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기술하는 헌법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며 "6월항쟁을 헌법전문에 명문으로 규정하자는 주장은 헌법 정책론적 차원에서 충분한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6월항쟁을 국가와 사회의 기본법인 헌법의 전문에 예시함으로써 일상적 민주시민 교육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6월항쟁은 헌법전문에 명문화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인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광주민중항쟁은 4·19 민주혁명이나 6월 항쟁에 흡수될 수 없는 독자적 의미를 지녔다"며 헌법전문에 별도로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전문에 명시한다면 과거 기득권세력의 집권전략 차원에서 퍼진 호남 배제주의로 인한 호남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국헌법학회와 광주광역시 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는 5·18정신 등 민주이념의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개최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우리 민주화의 역정을 헌법전문에 새기는 일에 많은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다"며 "개헌의 밑그림과 헌법 전문의 민주이념을 조화시킬 구체적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