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인증샷 열풍…'1천919명 명예독립운동가' 모집 조기마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예나 기자 = #1. 직장인 이모(32)씨는 매년 3·1절이면 가족과 함께 태극기를 걸었지만, 올해는 '온라인 기념'으로 대신한다.
최근 원룸을 얻어 독립한 그는 태극기를 마련하지 못했고, 태극기를 게양하려 해도 건물에 깃대를 꽂을 시설이 없었다. 결국 자신의 블로그에 태극기 사진과 기념 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3·1절을 기념하기로 했다.
#2. 김모(34·여)씨는 3·1절 징검다리 연휴를 끼고 모처럼 가족 여행에 나설까 싶어 여행지를 물색하다 6살 아이와 함께 '역사탐방'을 하기로 했다. 서대문형무소, 종로 탑골공원 등 역사적 장소를 찾아 전문가 해설도 듣고 아이와 함께 태극기를 만들며 3·1절 의미를 되새기기로 했다.
제99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저마다 방식으로 독립운동의 의미를 기리는 모습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3·1절을 앞두고 미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아 '3·1운동', '태극기', '대한 독립만세'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을 올리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했다는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자극받아서 다녀왔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역사관을 찾은 사진을 올렸고, 또 다른 이용자는 "그 옛날 고문이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3·1절 하루 '명예 독립운동가'가 되어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 참가자 모집도 일찌감치 마감됐다. 독립기념관이 명예 독립운동가 1천919명을 모집하는 이 행사는 지난 19일 글을 올린 뒤 일주일 만에 모집 인원을 채웠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배우려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다"면서 "작년 3·1절에는 관람객 3만6천명이 방문했는데 올해도 최소 3만명 이상이 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독립운동가들의 혼이 서린 역사 유적지를 찾으려는 이들도 많다. 온라인 카페 등에는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유서 깊은 장소를 문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글도 많이 보인다.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함께 진행하는 '함께 행진해요. 3·1 올레길' 행사도 관심을 끈다.
참가자들은 3·1절 당일 오후 3시 30분부터 천도교 중앙대교당을 출발해 의암 손병희 선생의 집터, 탑골공원 등 3·1 운동이 펼쳐진 주요 장소를 돌아보며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는 시간을 보낸다.
기념사업추진위 관계자는 "3·1 운동 숨결이 깃든 역사적 공간을 방문해 독립정신을 후대에 전하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지난해부터 3·1 올레길 행사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레길 걷기 행사에는 120여명이 참여한다.
특별한 모금 활동으로 3·1절을 기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온라인 펀딩 사이트에서는 '삼일절, 꽃으로 기억하기'를 주제로 에코백 등을 판매해 수익금 절반가량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지원비로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번 모금은 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길원옥, 김학순, 이순덕, 김복동 할머니 등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내달 11일까지 300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는 펀딩은 시작 일주일 만에 목표액의 24%를 달성했다.
kihun@yna.co.kr,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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