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선 유탄 맞은 화교 재벌…'반중정서 선거악용' 논란

입력 2018-02-28 11:46  

말레이 총선 유탄 맞은 화교 재벌…'반중정서 선거악용' 논란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족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뉴스포털 말레이시아 투데이는 최근 말레이시아 최고 갑부인 로버트 콱(94·중국명 궈허녠) 케리그룹 회장이 말레이계 정권을 무너뜨리고 중국계 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궈 회장이 중국계 야당인 민주행동당(DAP)을 은밀히 후원하며 친야(親野) 성향의 인터넷 언론을 운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집권 여당연합 국민전선(BN) 인사들은 이와 관련해 궈 회장에게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궈 회장이 아시아의 설탕왕이란 별명을 얻고 개인자산 122억 달러(약 13조2천억원)의 거부로 성장한 데는 BN의 도움이 적지 않았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커지자 궈 회장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해당 매체가 제기한 의혹은 거짓이며, 이는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면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정치권에서는 집권여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다수 민족인 말레이계와 원주민(61.7%)의 뿌리 깊은 반(反) 화교 정서를 자극해 지지세력 결집을 시도했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계는 과거 공산당 세력을 지원한다는 의혹으로 혹독한 탄압을 받았고, 현재도 '부미푸트라'로 불리는 말레이계 우대 정책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계는 말레이시아 상권의 80%를 장악하는 등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등을 빌미로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는데 힘입어 중국계가 정치권력까지 차지하려 들 것이란 우려가 말레이계 내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현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8월 이전 차기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말레이시아 사상 유례 없는 박빙 승부가 될 전망이다.
BN은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61년간 말레이계의 지지를 업고 장기집권해 왔으나, 나집 라작 현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의 여파로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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