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40만 아래로 떨어지고, 출산율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35만7천700명으로 전년(40만6천200명)보다 11.9%(4만8천500명) 감소했다. 출생아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 감소 폭도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1년(12.5%) 이후 16년 만에 최대라고 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도 1.05명으로 전년(1.17명)보다 0.12명(10.3%) 급감했다. 현재 인구를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2.1명)의 딱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통계청이 '최악의 출산율 시나리오'로 가정한 1.07명보다도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회원국 평균(1.68명)과 큰 차이를 보이는 최하위이다. 합계출산율(2015년 기준)이 초저출산국 기준보다 낮은 나라는 OECD에서 한국, 폴란드, 포르투갈 3개국뿐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출생아(2만5천 명)보다 사망자(2만6천900명)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처음 발생했다. 저출산 문제는 이제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차원을 넘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이후 16년간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고령사회에 접어든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생산가능인구의 사회적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의 사회적 부담이 커지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그 여파로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선 우리 사회가 이미 그런 악순환 단계에 들어섰다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출산율이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떨어지면서 인구 정점 예상 시기도 2031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질 것 같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출산과 양육은 물론 고용, 주택, 교육정책까지 들어 있다. 1·2차 기본계획(2006∼2015년)을 추진하면서 쏟아부은 예산이 80조 원에 달한다. 그래도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정부는 2020년까지 이어질 3차 계획에 무려 197조5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2차 계획 기간과 비교하면 연평균 400%가량 증액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봐도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그동안 나온 저출산 대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현실을 제대로 살핀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출산 기피 풍조의 근저에는 높은 청년실업률, 낮은 여성고용률,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 세계 최장 근로시간,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직장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흔히 '백화점식'이라고 하는 전시성 정책을 버리고 성·지역·생애주기 등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노사정 대타협의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한 것은 주목된다. 우리 사회를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한 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적 대타협기구인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이 올라갈수록 출산율도 높아진 외국 사례도 참고하는 게 좋다. 초저출산을 극복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여성고용률이 60%를 넘어가면서 합계출산율이 1.4∼1.5명으로 올라갔다. 반대로 초저출산국을 벗어나지 못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의 여성고용률은 평균 51.9%라고 한다. 출산 주체인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일과 삶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저출산 문제도 풀릴 수 있다. 정부는 3월 중 내놓는다는 저출산 종합대책에 참신하면서 현실성도 높은 방안을 많이 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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