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검찰 소환 전직 대통령…변호인단 사무실 입주·대응 착수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접 조사를 앞두고 검찰은 구체적인 조사 시점과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게 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작년 3월 21일∼22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지 약 1년 만에 전직 최고통치권자가 다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검찰에 소환된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이 4번째로 기록된다.
1995년 '12·12 및 5·18 사건' 수사를 받게 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 소환에 불응해 '골목길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체포됐다. 구속된 전 전 대통령은 수감 상태에서 출장 조사를 받은 뒤 기소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이미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선 만큼 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수사를 전면 거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현재 정동기(65·사법연수원 8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강훈(64·14기) 전 법무비서관 등 옛 법률참모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변호인단은 1일께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 입주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주변 측근들에게 "다스는 형(이상은 다스 회장)의 것"이라고 말하는 등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소환을 피하거나 방문조사를 요구하기보다는 검찰청에 직접 나와 결백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조사 과정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할 경우 검찰이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관련자들의 신병 처리 수위에 비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 가능성을 점치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방조범'으로 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지난달 5일 구속기소 한 만큼 '주범'이라고 판단한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찰이 수사 중인 불법 금품거래 의혹 사건의 액수가 줄잡아 90억원대의 거액이라는 점도 이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설 거라는 관측과 맥락이 닿는다.
국정원 특활비 17억여원,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 약 60여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사 청탁성 금품 22억여원 등 90억원대 금품거래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되면 검찰은 이를 뇌물 사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
물론 검찰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고려할 때 도주 우려 등이 적다고 판단하고 불구속 기소를 택할 가능성 역시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될 경우 선거철을 앞두고 자칫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일 수 있는 점도 신중히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영장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과 상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례에 비춰볼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거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수사팀의 신병처리 의견을 담은 보고를 받은 김수남 검찰총장은 장고를 거듭하다 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마친 뒤 5일만인 작년 3월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달 31일 새벽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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