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정부 보조금 때문에 보험사기 표적되나

입력 2018-03-01 09:01   수정 2018-03-01 10:00

전기차, 정부 보조금 때문에 보험사기 표적되나

고의로 전부 손해 처리때 보험금이 차량 구입액보다 많아 '남는 장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 때문에 전기차가 보험사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에 자동차보험금 청구 건이 접수됐다.
경남의 한 섬 해안가 갯벌에 주차해뒀던 차가 침수돼 완전히 못쓰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 섬은 간조 때 바닷물이 빠져 차량 운행이 가능한 곳이다.
보험사는 사고를 신고한 고객이 전한 사고 시간대가 진술할 때마다 바뀌는 것에 의심이 들었다.
게다가 그 고객은 자동차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자동차 전문가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더해갔다.
결국 보험사의 보험사기조사팀(SIU)이 바닷물이 허리까지 찬 상태임에도 차량을 무리하게 갯벌로 운전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뒤 고객을 추궁한 끝에 보험사기임을 실토받았다.

<YNAPHOTO path='AKR20180228182200002_01_i.jpg' id='AKR20180228182200002_0101' title='고의로 바다에 침수시킨 보험사기 차량' caption='[제보자 제공=연합뉴스]'/>

조사 결과 그 고객이 고의로 차량을 침수시켜 보험금을 타내려 했던 것은 그 차량이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인 탓이 컸다.
올해 기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국고에서 최대 1천200만원, 지방자치단체별로 440만∼1천100만원이 지원된다.
해당 고객의 차량 가격은 3천700만원이고 이중 1천700만원이 정부 보조금이었다.
보험회사가 책정한 차량 가액은 3천500만원 가량이었다. 보험사는 보험개발원의 기준에 따라 보험에 가입된 차량의 현재 가치를 차량 가액으로 산정하고 있다.
고객의 차량이 전부 손해 처리될 경우 보험사는 차량 가액만큼을 고객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고객이 차량을 살 때 실제 부담한 금액은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2천만원에 불과해 고객 입장에서는 구입한 지 1년 지난 이 차량을 폐차 처리하면서 1천500만원 가량을 벌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통상 전기차의 중고시세가 동급 일반 차량보다 낮은 경향이 있어 보험사기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차량의 중고시세는 1천700만원 수준이었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가 조기에 폐차 처리를 할 경우 보험사로부터 받은 차량 보상금에서 실제 구입금액을 차감한 금액을 반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폐차 신고하는 차주에게 보험금 수령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현장에서 보험금 환수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보험금 환수가 적용되는 전기차 의무운행 기간도 2년에 불과해 연식이 2년을 초과하는 중고 전기차는 보조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어 보험사기로 얼마든지 보험금과 차량 구입금액 간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전기차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만큼 질권을 설정하는 것이 보조금 누수를 막을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기차에 질권을 설정하면 정부는 보조금을 보험사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보조금 때문에 고객들이 보험사기의 유혹을 느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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