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2주만에 캠퍼스 열어…내달 워싱턴서 대규모 행진 참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참극이 벌어진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이 사건 발생 2주 만인 28일 다시 등교했다.
그동안 이 학교는 사건 수사 등으로 봉쇄돼 있었다.
학생들은 희생된 급우들의 장례식과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미국총기협회(NRA)를 성토하며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정치 집회에 나간 이들도 있었다.
이날 등굣길 교정 주변에는 중무장한 경찰관 50여 명이 배치됐다.
브로워드 카운티 경찰국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한 등교를 돕기 위해 경찰력을 대거 투입했다. 교육구 자문관들도 현장에 나와 아이들을 맞았다.
학교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우리가 너희를 지켜줄게', '우리가 함께 있어', '웰컴 백 이글스(학교 상징)' 등을 쓴 배너가 여럿 붙었다.
많은 학생들이 '더글러스 스토롱'(더글러스 고교는 강하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한 손엔 흰 장미를 든 채로 등교하는 모습이 현장에 몰려든 TV 카메라에 잡혔다.
한 학생은 ABC 방송에 "정신적으로는 아직 수업에 돌아갈 준비가 안 됐다. 밸런타인데이 총격에 친한 친구를 잃었다"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함께 슬퍼할 수 있어 이곳에 돌아온 게 행복하다"라고 했다.
총격이 있었던 1학년 반 건물인 12동은 여전히 폐쇄돼 있다. 주변에는 쇠사슬 펜스가 둘러쳐진 상태다.
타이 톰슨 교장은 "상처를 치유하는 커리큘럼을 진행하려 한다. 이번 주는 반일 수업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학년생 레니 스테인하트는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그날 날 구해준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표시하고 친구들을 안아주고 싶다. 17명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줄리엔 디코스트라는 학생은 "친구 올리버를 잃은 난 아직 돌아갈 준비가 안 됐다. 올리버가 숨진 건물을 바라보지 못할 것 같다"며 결석하겠다고 했다.
딸을 내려준 한 학부모는 USA투데이에 "아이가 어젯밤에 통 잠을 못 청했다"라고 말했다.
총기 규제를 요구한 연설로 유명해진 이 학교 학생 데이비드 호그는 USA투데이에 "이것이 공포에 질린 우리 교육의 현장이다. 총기협회는 더 많은 무기를 팔고 더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고교 전교생은 약 3천 명으로 대규모 학교다. 일부 학생은 플로리다 주도 탤러해시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에도 나갔다.
생존 학생들은 다음 달 24일 워싱턴DC에서 펼쳐지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에 참가한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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