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족 vs 핵심 참모 "사생결단의 결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고 실세'인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 부부가 최근 잇따라 구설에 휘말리며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들 '퍼스트 도터' 부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난해 8월 백악관 입성 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정리해온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주도하고 있어, 대통령 가족과 핵심 참모 간 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주변 핵심부의 권력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슈너 보좌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정보 취급 권한이 '일급비밀'에서 '기밀급'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켈리 비서실장이 주도한 이번 조치로 '대통령 일일 브리핑'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여기에 27일에는 쿠슈너 보좌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조율이나 공식 보고 없이 외국 정부 관계자들을 사적으로 만나왔으며, 이들은 쿠슈너 보좌관의 외교정책 경험 부재 등을 이용해 배후조종하려 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앞서 이방카 보좌관은 26일 미국 대표단장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다녀오자마자 부친의 성 추문 의혹에 대해 "딸에게 묻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켈리 비서실장은 외교 경험이 전무한 이방카 보좌관의 방한 자체를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등 전문 분야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한 이들 부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을 등에 업고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 하는 데 대한 백악관 참모, 정부 관료들의 반감이 가중되는 상황인 셈이다. 이들은 37세로 동갑내기다.
이와 맞물려 친족등용 금지법의 적용 대상을 연방정부에서 백악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개정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8일 "트럼프 가족들, 특히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쿠슈너에 대한 부정적 보도들을 보고 켈리 비서실장이 쿠슈너를 곤경에 처하게 했다는 생각에서 격노했다"며 "하지만 백악관 관리들은 쿠슈너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남의 꾀에 잘 넘어가는 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방카(JAVANKA·재러드와 이방카의 합성어)와 켈리는 사생결단의 결투에 들어갔다"며 "이는 두 명이 들어가서 한 명만 살아나오는 싸움"이라고 촌평했다.
CNN방송은 "쿠슈너에 대한 폭로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을 뒤흔들고 있다"며 "이는 웨스트 윙(대통령 집무동)의 권력투쟁이 임박했음을 암시해주는 것으로, 만일 쿠슈너와 이방카가 백악관을 떠난다면 '트럼프 월드'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방카와 쿠슈너는 공격하는 켈리 입장에서도 가장 위험요소가 큰 인물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켈리 비서실장에 제동을 걸면 비서실장직 수행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나 반대로 켈리가 정치적 승리를 거둔다면 백악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을 불식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