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총기참사때 쓰인 소총 메고 합동결혼식…주민들은 '불안'

입력 2018-03-01 11:58  

미국서 총기참사때 쓰인 소총 메고 합동결혼식…주민들은 '불안'
문형진 목사 이끄는 펜실베이니아 교회…"AR-15가 성경 속 쇠막대 상징"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종교 단체가 주최한 합동결혼식에서 커플들이 단체로 반자동 소총을 메고 혼인을 서약했다고 외신들이 1일 보도했다.
이들이 지참한 소총은 플로리다 고교 총격 참사 등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종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1일 AP와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뉴파운랜드에 있는 '세계평화·통일 생추어리' 교회에서 열린 합동결혼 축복 예배 때 커플 수십 쌍이 반자동 소총 AR-15를 지참한 채 참석했다. 행사 전체 참석자는 약 500명에 달했다.
교회 측은 출입구에서 참석자들의 AR-15 소총에 잠금장치가 채워져 있고 미장전 상태인지를 확인했다.
이 소총은 지난 14일 플로리다의 한 고교에서 학생과 교사 등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참사 때 범인이 사용했던 무기다.
교회 안에서는 왕관을 쓴 신도들이 AR-15 소총을 움켜쥔 채 결혼 서약을 주고받거나 와인을 마시기도 했다.
이 교회의 팀 엘더 세계선교단 단장은 이번 행사를 '무생물'이 아닌 커플들을 축복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AR-15 소총을 "종교적 장비"라고 불렀다.
이 교회는 AR-15 소총이 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쇠로 만든 막대'(rod of iron)를 상징한다고 믿고 행사에 참석할 커플들에게 해당 총기를 가져오라는 지침을 내렸다.


AP와 AFP통신은 논란이 된 이 교회를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아들 문형진 목사가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문 목사는 '전능하신 신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를 통해 서로를 보호하고 인류의 번성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배했다.
그러나 집단으로 총기를 소지한 이번 행사가 지역 주민의 불안을 야기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교회 바깥에서는 당일 경찰과 시위대가 모여 행사 진행을 지켜봤다.
한 시위 참가자는 교회 신도를 향해 "이 행사가 마을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있다"며 "이것을 알고 있느냐"고 항의했다.
펜실베이니아 북동부 스크랜턴 출신의 리사 데시에나는 '무장한 종교적 집단'이란 팻말을 들고 나왔다. 다른 시위자는 '총이 아닌 신을 숭배하라'는 팻말을 들었다.
교회 인근에 있는 월런포팩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다른 지역의 학교 캠퍼스로 보내 수업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남편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석한 스레이멈 우크(41)는 그 무기는 "정신병자와 같은 사람들과 사악한 사이코패스들"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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