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용의자 즉결처형 의혹에 대한 유엔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2일 온라인매체 래플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마약 유혈소탕전을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 유엔 인권기구의 조사를 무시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 인권전문가들이나 특별보고관들이 왔을 때 대답하지 말라는 것이 내 명령"이라며 "왜 우리가 답변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 인권전문가들이 자신의 국가 운영 방식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그들은 마약이 필리핀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런 입장은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필리핀의 마약사범 초법적 처형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하고 유엔 인권기구 차원의 조사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필리핀은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유엔 즉결처형 특별보고관을 제외한 다른 인권전문가의 조사에는 개방적이라고 밝혔다.
칼라마르드 특별보고관은 공개적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며 초법적 처형 조사를 추진해 필리핀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1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필리핀의 마약 소탕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며 칼라마르드 특별보고관의 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필리핀에서는 2016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4천 명 가까운 마약용의자가 경찰의 단속 현장에서 사살됐다. 자경단이나 괴한에 의해 사살된 마약용의자를 포함하면 사망자가 총 1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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