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구결과, 당뇨 진단·치료 패러다임 전환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당뇨병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두 종류가 아닌 다섯 종류이며, 원인과 증상·합병증이 서로 다르고 따라서 치료법도 달리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룬드대학 레이프 그롭 교수팀은 당뇨병 진단·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랜싯 당뇨 및 내분비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혈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다. 혈당이 계속 높으면 갈증, 다뇨, 체중감소 등이 일어나고 장기적으론 신장·간질환, 동맥경화, 녹내장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고 심하면 발이 썩어 절단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당뇨는 두 종류로 나눈다. 1형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몸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이다. 유전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어릴 때부터 발생해 소아당뇨라고도 한다.
더 흔한 2형은 인슐린이 적게 생산되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 포도당을 인체 세포가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전과 함께 비만이나 생활습관 등이 크게 작용하며 어른이 되어 나타나 성인당뇨라고도 한다.
그동안 2형 당뇨에도 서로 다른 유형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있었으나 이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진단명과 치료법 등을 달리 적용하지는 않았다.
그롭 교수팀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당뇨 환자 1만3천270명을 대상으로 인슐린 분비와 저항성을 비롯해 다양한 요소를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중증 3종과 경증 2종 등 모두 5종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A형(편의상 붙인 명칭)은 '중증 자가면역질환 당뇨'로 일반적 소아당뇨처럼 자가면역질환이지만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것이다.
B형은 '중증 인슐린 부족 당뇨'다. 이는 낮은 체질량지수(BMI), 인슐린 부족과 조기 발병 같은 면에선 자가면역질환 당뇨와도 유사한 특징이 있지만 자가면역질환의 증거인 항체는 없다.
B형의 경우 메트포르민(대표적 혈당강하제) 복용 환자 중에 가장 많지만 "이는 최적의 치료법이 아니며, 이들은 거의 1형 당뇨환자처럼 아주 일찍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C형은 '중증 인슐린 저항성 당뇨'로 비만과 관련 있으며, 인체 세포들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간질환과 만성 신장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가장 크다.
연구팀은 C형 환자의 경우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는데도 실제 복용자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지적했다.
D형은 '경증 비만 관련 당뇨'로 BMI가 높은 게 특징이며, E형은 '경증 노화 관련 당뇨'로 주로 노인들에게 나타나는데 전체 당뇨의 40%를 차지한다. 두 가지 경증 당뇨는 메트포르민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다섯 종류는 유전적으로 뚜렷이 구별되고 각종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를 비롯해 많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질병 관리에서 개인별 차이를 크게 고려하는 '정밀의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당뇨의 경우에도 종류와 개인차에 따라 치료법도 달리하는 '맞춤형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혈액형에 따라 다른 피를 수혈하는 것과도 같다. 사람마다 소화기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이 다르며 이것이 약물에 더 잘 듣거나 안 듣는 등 여러 차이를 만든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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