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표적 중국 이어 동맹국 캐나다도 보복 가능성 언급
글로벌 증시에 직격탄…"금융시장 불확실성 고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이하 현지시간) 쏘아 올린 관세 폭탄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주요 표적인 중국에 이어 캐나다를 포함한 동맹국마저도 즉각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면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각국이 관세를 물고 물리는 무역전쟁이 확산하면 글로벌 경기는 위축이 불가피하다. 당장 미 뉴욕 증시가 직격탄을 맞아 밤사이 급락했으며, 곧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에서도 쓰나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올 것이 왔다"…통상전쟁 일촉즉발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요국에서는 일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반발하며 벼랑 끝 대치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공공연히 거론하며 지난해부터 관세 조사에 착수하면서 올해 초 수입산 철강에 관세 폭탄을 터트릴 것이란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관세율이 당초 미 상무부가 권고안에서 제시한 24%보다도 1%포인트 높은 25%로 드러난데다 일괄 적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것은 관세 폭탄의 주요 타깃인 중국이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미국은 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경고했다.
곧이어 유럽 각국도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참전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하면서 그에 비례하는 대응을 하겠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도 정부 대변인을 통해 "영국 철강, 알루미늄 업계에 영향을 주는 조치들에 특히 우려를 표한다. 다각적 조치만이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계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면서 정면 대응을 예고했고, 독일은 미국의 보호주의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고, 자국 철강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발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이웃이자 동맹국인 캐나다도 반격 대열에 가세했다. 1일 외교부 장관 성명을 통해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의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로서는 캐나다가 미국 노동자를 많이 고용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녁 한가운데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흘러나오지만 대미 철강 최대 수출국으로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또다른 동맹국인 일본도 침묵을 깨고 2일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은 미국 국가 안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어떤 국가들이 타깃이 됐는지 트럼프 행정부에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 중국 대응에 촉각…美농산물에 수입장벽 치고 美국채 팔아치울까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가장 치열한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팽팽한 양강 구도를 이어온 만큼 이번 대결에서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손에 쥔 카드로는 무역 보복 조치를 넘어 북한에 대한 입장 변화라는 외교적 수단까지 동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G2(주요 2개국) 격돌에 촉각이 쏠리게 됐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알렉 필립스 등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대응 방안 5가지 중 '북한이나 다른 지정학적 사안에 대한 입장 변화'가 포함될 가능성을 점쳤다고 미 CNBC 방송이 2일 보도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는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서 세계 2위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의 콩, 옥수수 업계를 겨냥한 반덤핑 관세 등의 수입 제한 조치가 꼽혔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인 웬디 커틀러는 "중국은 미국에 대응해 관세 장벽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농산물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 수출에 타격을 주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큰손' 국가인 중국이 이를 팔아치우기 시작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채권 시장에서 국채 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악재가 된다.
이밖에도 중국 내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 강화, 위안화 절하로 중국 기업의 수출 불이익 완화 등의 방안이 꼽혔다.
◇ 글로벌 증시 화들짝…금융 시장 불확실성 고조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당장 미국 뉴욕 증시부터 얼어붙었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20.22포인트(1.68%) 하락한 24,608.9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7% 하락 마감했다.
전운은 아시아 증시로도 번지고 있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지수가 1.77% 하락한 21,339.98으로 개장한 데 이어 오전장에서 낙폭이 2.47%까지 확대됐다.
특히 통상 갈등을 우려하는 불확실성이 커져 글로벌 금융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레프코비츠는 "미국과 무역 상대국이 보복을 주고받는 형세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는 우려가 일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을 불러올 최대 현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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