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제재는 못이겨"…엑손모빌, 러시아 유전사업서 대대적 철수

입력 2018-03-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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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제재는 못이겨"…엑손모빌, 러시아 유전사업서 대대적 철수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와 합작으로 추진하는 유전 개발사업의 대부분을 포기하기로 했다.
1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사업 포기를 결정했고 올해 공식으로 철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2011년 로스네프트와 전략적 협력에 합의하고 러시아령 북극해와 시베리아의 셰일 유전, 흑해의 심해 유전 개발을 위해 최대 5천억 달러의 투자가 예상되는 일련의 합작사업 계약을 맺었다.
로스네프트에 따르면 개발 대상 지역에는 123억t의 석유와 152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회사는 2013년과 2014년에 연구와 탐사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후속 절차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침공하고 이를 강제 병합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합작사업은 수년간 답보하는 상태였다.
로스네프트와의 전략적 협력은 당시 엑손모빌을 이끌었던 렉스 틸러슨 현 국무장관이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고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엑손모빌은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계약에 따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탐사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엑손모빌이 사업의 대부분을 포기한 데다 미국과 러시아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하면 이들 사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전·현직 미국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며 행정부 내에서는 엑손모빌의 어려움에 거의 관심이 없으며 틸러슨도 국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과 로스네프트, 인도, 일본 기업들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사할린 1호 유전 개발사업은 제제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엑손모빌이 지분을 유지하면서 주도적 역할을 할 예정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철수 배경에 대해 제재가 영향을 미쳤지만 최후의 결정타는 유가 하락이었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협력을 맺은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사업 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합의가 이뤄질 당시의 유가는 배럴당 90달러였지만 현재는 6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엑손모빌을 포함한 많은 석유회사는 즉각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기 개발사업에 치중하는 상황이다.
엑손모빌의 경우, 러시아를 대신해 미국 최대의 셰일 석유 매장지역인 텍사스주 서부의 퍼미언 분지, 남미 가이아나의 해저 유전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드워드 차우 선임 연구원은 "리스크가 높은 북극해 사업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는 좋아 보였을지 모르지만 60달러 선에서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사업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이것이 철수 결정의 핵심"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로스네프트 측은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향후 엑손모빌이 다시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엑손모빌에 앞서 영국의 BP도 로스네프트와 손잡고 대규모의 유전 개발사업에 합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로스네프트는 단독으로 추진하거나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북극해에서 유전을 시추하는 것은 기술적, 물류적 측면에서 대단히 힘든 사업이다. 수백 ㎞ 떨어진 지역에서 장비를 일일이 반입해야 하는 데다 기상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더 오르고 미국 측의 제재가 풀린다면 엑손모빌이 로스네프트와 다시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로스네프트는 엑손을 대신할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유럽 측의 제재 혹은 기술적 능력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재조치가 존속하는 데다 엑손과 모빌 같은 파트너의 기술적 지원을 얻지 못한다면 러시아의 새로운 유전 개발 노력은 당분간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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