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분교가 20여년 만에 본교로…무지개색 더럭초의 기적

입력 2018-03-02 13:53   수정 2018-03-02 15:13

시골 분교가 20여년 만에 본교로…무지개색 더럭초의 기적

본교 승격 기념식 열려…"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으로"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무지개색 건물로 유명한 제주시 애월초 더럭분교가 학생 수 급증에 힘입어 20여년 만에 본교로 승격했다.



농촌 지역인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더럭초등학교는 2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서 본교 승격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는 승무북 동아리 '더럭 행복 두드림 나르샤'의 공연, 경과보고, 축사, 감사패 증정, 테이프 커팅, 교명비 제막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전교생 소망을 담은 108개의 연과 본교 승격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파란 하늘 아래 내걸렸다. 기념식을 전후로 본교 승격 후 첫 개학식과 입학식도 열렸다.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처음 문을 연 이 학교는 1949년 4·3으로 불타서 없어졌다가 1954년 지명을 넣은 더럭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학생 수가 1979년에는 358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지만 다른 농어촌 지역과 비슷한 이농현상 등의 이유로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어 1996년에는 더럭분교가 됐다. 1999년에는 졸업생이 1명뿐이었고, 2009년에는 전교생이 17명에 그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더럭분교는 2012년 삼성전자의 고화질(HD) 슈퍼아몰레드 컬러 프로젝트 사업으로 학교 건물을 무지개색으로 칠하고 이 과정이 TV 광고로 소개되며 널리 알려져 관광명소가 됐다.
게다가 마을과 학교를 살리려는 주민들의 노력과 행정당국의 '농어촌 소규모학교 육성지원사업'으로 하가리에 공동주택(연화주택) 총 20가구가 지어져 전국 각지에서 신청이 이어졌고, 제주 이주 열풍을 타고 주변에 다세대 주택 등이 잇따라 생기며 마을 인구가 꾸준히 늘었다.
또한 승무북과 다도교육을 통한 명상 등의 프로그램과 화목한 학교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 이주민 자녀 등의 입학이 줄을 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더럭분교 학생 수는 2009년 17명에서 2010년 21명, 2011년 26명, 2012년 46명, 2013년 57명, 2014년 59명, 2015년 76명, 2016년 78명, 2017년 97명 등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신입생 19명을 포함해 총 108명이 됐다.
분교가 본교로 승격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제주에서는 지난 2011년 외도초 도평분교장과 노형초 해안분교장이 각각 도평초와 해안초로 승격한 사례 정도다.

<YNAPHOTO path='PYH2018030206710005601_P2.jpg' id='PYH20180302067100056' title='더럭초 본교 승격 기념식' caption='(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2일 제주시 애월읍 더럭초등학교에서 열린 더럭초 본교 승격 기념식에서 학교 살리기에 기여한 이완국(왼쪽부터) 전 더럭분교장, 강용구 전 상가리 노인회장, 장봉길 하가리장이 감사패를 받은 뒤 이석문(오른쪽 첫번째) 제주교육감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분교로 운영되던 이 학교는 마을과 학교, 행정당국의 노력으로 학생 수가 늘어 본교로 승격했다. 2018.3.2 <br>atoz@yna.co.kr'/>

장승심 더럭초 교장은 "대개 분교장이 되면 폐교되는 수순을 밟곤 하는데 우리 학교는 그렇지 않았다. 마을 노력과 행정 지원, 교육활동으로 본교가 될 수 있었다"며 지역 주민과 향우회, 학부모, 교직원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현정 더럭초 학부모회장은 "학생 수가 적어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낼 수 있는 게 좋아서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게 됐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사랑 나누면서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학교 살리기에 힘쓴 지역 주민과 학부모, 교사, 도청과 의회 등에 고마움을 전하며 "더럭초는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 초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는 희망이 될 것이다. 더럭초의 꿈과 가능성을 더 큰 행복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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