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자금 풍문 확인 공작 협업…활동비 명목으로 1억2천만원 수수
檢 "DJ·노무현 관련 의혹 모두 사실무근"…원세훈 추가 기소키로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손잡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현동(62) 전 국세청장이 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로 이날 이 전 청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2013년 국세청장을 지낸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이던 2010년 5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국정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해 대북공작에 써야 할 자금 5억여원 및 5만 달러(약 5천400만원)를 낭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청와대 파견근무 경력 등으로 국세청 내 '실세'로 통하던 이 전 청장을 고리로 국정원과 국세청 역외탈세 담당 간부들이 김 전 대통령 및 주변 인물의 현금 흐름 등을 조직적으로 추적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과 국세청은 미국 국세청(IRS)의 한국계 직원에게 거액을 주고 정보를 빼내오는 등 2년여 동안 비자금 풍문을 다각도로 검증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청장은 이와 별도로 2011년 9월 국정원에서 약 1억2천억원을 활동자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특가법 뇌물수수)도 함께 받는다. 이 전 청장은 지난달 13일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대북 특수공작비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에 쓴 혐의로 지난달 19일 국정원 최종흡 전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을 각각 구속기소 했다.
국정원은 2011년 11월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루돼 해외에 도피 중이던 A씨가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풍문을 듣고 A씨를 국내에 압송하는 '연어 사업'에도 대북공작금 8만5천 달러(약 9천200만원)를 썼으나 이 의혹 역시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대북공작금을 써서 밝히려 했던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이나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은 애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체가 없는 풍문 수준에 불과했다"라며 "최 전 차장 및 김 전 국장 모두 이 사업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데이비드슨 및 연어 사업이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캐라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요구에 따라 실행됐다고 판단하고, 향후 원 전 원장을 추가로 기소할 방침이다. 또한, 금품을 받고 뒷조사 정보 제공에 협조한 외국 현지 관공서 직원의 형사처분과 관련한 사법공조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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