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시력 결산…시 121편 담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국내 대표 서정시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재무(60) 시인이 회갑을 기념해 지난 35년 시력을 결산하는 시선집 '얼굴'(천년의시작)을 냈다.
충남 부여 출신인 이재무 시인은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섣달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시간의 그물', '슬픔은 어깨로 운다' 등 시집 11권과 '생의 변방에서', '집착으로부터의 도피' 등 산문집 3권을 펴냈으며, 윤동주문학대상, 소월시문학상, 편운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번 시선집에는 그동안 낸 11권의 시집에서 각각 9∼14편씩 뽑아 총 121편의 시를 담았다.
고향에서 겪은 가난과 슬픔이 담긴 '시', '귀향', '엄니' 등 초기 시부터 서울에 올라온 이후 객지 생활의 고단함과 비애가 담긴 '마포 산동네', '신도림역', 대도시의 스산하고 쓸쓸한 풍경이 담긴 '서울 참새', '길 위의 식사', 최근작인 '엎지르다', '나는 표절시인이었네', '귀'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시선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이재무 시인이 그동안 써온 시편은, 구체적 삶의 맥락을 통해 서정시가 가지는 타자 지향의 원심력과 자기 회귀의 구심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문학사적 실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 두고두고 이재무 시의 궁극적 가치로 남아 우리 현대시사의 고유한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평했다.
아울러 시선집에는 김춘식, 유성호, 이형권, 홍용희 네 명의 문학평론가들이 모여 특별좌담 형식으로 시인의 시적 성취를 논한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이재무 시인이 당대 정신 혹은 시대 담론과 충실하게 교감하면서 현실 감각과 밀도 높은 서정성을 결합시켰다고 분석한다. '58년 개띠'인 그의 시에는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성장 이력과 함께 한국의 근대사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시선집의 말미에 있는 '나는 벌써'는 세월의 무상한 흐름 속에 어느덧 회갑을 맞은 시인의 회한이 잘 드러난 시다.
"삼십 대 초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오십 대가 되면 일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겠다 사십 대가 되었을 때 나는 기획을 수정하였다 육십 대가 되면 일 따위는 걷어차 버리고 애오라지 먹고 노는 삶에 충실하겠다 올해 예순이 되었다 칠십까지 일하고 여생은 꽃이나 뒤적이고 나뭇가지나 희롱하는 바람으로 살아야겠다//나는 벌써 죽었거나 망해버렸다" ('나는 벌써' 전문)
시인은 책머리 '시인의 말'에 "내게 시 쓰는 일은 고통이면서 구원이었습니다", "삶의 보폭과 시의 보폭이 나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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