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가정부 잇단 수난…홍콩 70대 여성, 폭행·폭언 혐의

입력 2018-03-02 18:21  

동남아 가정부 잇단 수난…홍콩 70대 여성, 폭행·폭언 혐의
동영상 공개로 수사 받아…말레이·싱가포르·중동 등 이어져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외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동남아 출신 여성들에 대한 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웡타이신 지역에 사는 79세 여성을 폭행과 협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출신 35세 여성 가사도우미를 손으로 마구 때리고 폭언을 퍼부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경찰은 그가 "정말 죽여버리고 싶다. 같이 죽자"며 가사도우미에게 연신 손찌검을 하는 모습이 담긴 12분짜리 동영상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되자 수사에 착수했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홍콩에는 현재 3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출신인 여성 가사도우미 중 일부는 소개업체의 농간으로 빚더미에 오른 채 사실상의 노예 생활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중동 산유국 등에서도 가사도우미에 대한 학대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말레이시아 페낭 주에서는 몇 달간 집 밖에서 애완견과 함께 숙식할 것을 강요받는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던 인도네시아인 가사도우미 아델리나 리사오(21·여)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국에 구조될 당시 아델리나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말레이시아는 이 사건이 인도네시아와의 외교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집주인인 60대 여성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비슷한 시기 쿠웨이트에선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의 시신이 1년 넘게 아파트 냉동고에 보관되다 발견되는 엽기적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쿠웨이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는 25만 명가량이며 이중 약 75%가 가사도우미다.
필리핀은 자국 출신 여성 가사도우미가 쿠웨이트인 집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빈발하자 올해 초부터 쿠웨이트에 대한 근로자 파견을 중단했다.
다만 이런 조처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 21개 중동 국가에 대한 이주 노동자 송출을 중단했지만,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로 인해 해당 국가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인 가사도우미가 법적 보호를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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