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트럼프 '철강 관세'로 무역전쟁 포문 열렸다

입력 2018-03-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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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트럼프 '철강 관세'로 무역전쟁 포문 열렸다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이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입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매길 것을 선언했다. 그는 고율의 관세부과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미국의 철강산업 부흥 노력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관련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중국 등 주요 12개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 관세부과 ▲모든 외국산 철강에 24% 관세 일률 부과 ▲외국산 철강 수입을 2017년 대비 63%로 제한 등 세 가지 안을 담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안을 선택한 것이다. 세율만 당초의 24%에서 25%로 1%포인트 올렸다. 주요 12개국에 대한 고율 관세 방침이 아니어서 해당국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모든 외국산 철강에 관세를 매긴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관세부과의 근거가 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2001년 이후 16년간 사용하지 않아 사문화됐다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무부에 철강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부활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관해 필요한 조치를 통해 합법적인 권리를 수호하겠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도 "우리의 이익보호를 위해 단호하면서도 그에 비례하는 대응을 하겠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영국·캐나다·일본 등도 반격대열에 가세했다. 일촉즉발의 국제 무역전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미국 내부의 반발도 거센 듯하다. 미국 정부와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하는 고위 인사는 '매파 보호무역주의자'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정도라고 한다. 반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FC)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다수 인사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이번 결정이 "임기 중 최대 정책 실수"라면서 "소수 미국 기업에는 잠시 유익할 수 있지만, 더 많은 기업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자국산업 보호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관세부과를 결심한 트럼프가 입장을 번복하거나 완화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캐나다·브라질에 이어 3대 대미 철강 수출국인 한국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업계는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재의 88%에 이미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이어서 25% 추가 관세는 대미 수출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영세 철강업체의 피해가 막심할 것 같다. 정부는 2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국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다음 주 미국의 공식 발표 시점까지 모든 역량을 모아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통상당국의 힘만 갖고 해결이 어려운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하면 관련국들과의 공동 대응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제통상 질서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판단될 경우 WTO 제소 등을 통해 국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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